야외활동이 활발해진 봄철을 맞아 이번 주말 울산에서는 많은 문화행사가 열렸지만 국회의원들의 얼굴을 보기는 어려웠다. 국회의 극한대치가 28일로 일주일째다. 장외투쟁, 몸싸움, 고성, 막말, 장비까지,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조건이라는 3050클럽에 진입했음에도 국회 수준은 계속 뒷걸음질이다. 28일 휴일을 맞아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가 열리지 않음에 따라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여전히 여야는 ‘맞고발’로 전투력을 높여가고 있다.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국회에서 비상대기했다.

선거를 1년 남짓 앞두고 지역구 행사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의원들을 국회에 붙들어둔 원인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건은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 등이다. 과거 여당시절 물리적 충돌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면서 패스트트랙 규정을 담은 국회법 입법을 주도했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막겠다면서 국회의사과를 점검하고 헌법수호·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아이러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엇보다 합의처리가 중시되는 선거법 개정안을 다른 법안과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터져나온 울산 남구갑 이채익 의원의 ‘여성비하’ 발언은 울산시민들에게도 또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이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의원의 볼을 감싸쥔 것과 관련해 ‘키가 작고, 결혼도 포기한 올드미스인 못난 임이자 의원을 서울법대를 나오고 승승장구한 문의장이 모멸감을 주고 조롱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의 긴급의총에서다. 동료의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발단과 아무런 관련성도 없는 임의원의 사생활과 신체적 약점을 일일이 들먹였다. 물론 임의원의 말대로 “위로하고자 한 선한 말씀”임은 틀림없겠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성인지감수성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여성의원을 앞장세운 한국당의 저의, 모욕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문의장의 행동과 더불어 국회의 성인지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비치자 비례대표 폐지와 지역구 축소 등 실현 불가능한 안을 불쑥 내놓은데 이어 공수처 설치에도 대안없이 시간만 끌어왔던 한국당, 선거법 개정을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과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당리당략적 합의를 한 민주당, 사보임을 두고 계파주장만 거듭하는 바른미래당. 국민은 기댈 정당이 없다. 실망만 주는 국회를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어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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