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우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기획부단장

정부가 최근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확정하고 2021년까지 울산지역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원전 해체·폐기물 관리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미래 성장동력산업의 한 축으로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2020년대 중반까지 국내 원전을 중심으로 원전해체 단위사업을 수주해 기반기술력을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에는 축적된 기술 및 실적을 기반으로 제3국의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석유, 석탄 등 전통적 인 화석연료가 부족한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은 필수불가결한 전기공급방법이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설비의 수명은 50년 전후이다. 현재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 588기 중 노후화로 가동을 멈춘 원전은 150기로 원전해체시장 규모는 549조원에 이른다. 이미 이탈리아와 독일 등은 원전해체산업에 뛰어들어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리 1호기에 이어 2030년이면 11기가 추가로 수명이 다하는 만큼 해체기술 역량 축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울산은 우리나라 원전시설이 가장 집적화된 지역으로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허브이다. 따라서 울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의 성공적 설립과 운영은 국내 원전산업 발전을 통한 미래 국가산업 창출과 더불어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핵심 원전 해체기술은 선진국 대비 현재 70% 수준이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해체 준비부터 제염기술, 원격절단기술, 폐기물처리기술, 부지복원기술 등 38개 원전 해체 핵심기술 중에서 아직 미확보한 10여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순수 원자력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ICT, 로봇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해체 공정을 자동화·자율화해야 한다. 또 고방사능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해체하기 위해서는 해체기술 고도화뿐만 아니라 민감 핵물질 탐지·개량 및 극미량 시료분석기술 등과 같은 객관적 검증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북핵 시설의 안전한 관리 및 해체역량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울산지역에 설치될 예정인 원전해체연구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신산업을 육성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해체심사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 담당 요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원자로해체과, 핵물질해체과 2개 과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울산시도 관련 지자체와 원전해체 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해체 관련 기술은 원자력연구원과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기에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같은 초기 추진전략과 더불어 울산지역에서 원전해체 관련 역량을 조기에 확보해 독자적 기술역량 및 산업체 역량 증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원자력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온 울산대학교와 UNIST,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울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울산시-대학-산업체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학, 테크노파크 등 공공기관의 원전해체 관련 선행연구와 인력양성, 제도개선 등에 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는 순수연구만이 아닌 원자력 관련 산업 육성이 목표이기 때문에 초반부에 울산을 중심으로 하는 원전해체 관련 산업체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원전해체연구소 프로그램 운영단계에서 산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혁신기반의 개발기법 도입이 요구된다. 새로운 스타트업 육성전략에 대한 체계적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한 원전해체 관련 인력양성과 선행연구를 위해서는 기관별로 강점을 갖는 교육과 기술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 기반의 추진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번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로 성공적인 원전해체 기술 확보 및 관련 산업 육성을 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과 부산, 경주에 분산될 연구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측면의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울산, 경주, 포항과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운영중인 해오름동맹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원전해체 관련 연구소가 세계적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병우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기획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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