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의 직업 대신하고
인공지능이 더이상 낯설지 않아
세상의 변화 인식할 기회 늘려야

▲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컴퓨터정보학부

클라우스 슈밥이 요즘의 키워드를 제안하기 1년 전인 2015년 초,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IT 전공 공부를 하는 동안 ‘컴파일러구성론-컴퓨터와 인간 사이에 번역기를 만드는 이론과 기술에 관한 내용-’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후반부에 ‘튜링 기계(Turing machine)’라는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원래 쉽지 않은 과목으로 알려진 이 교과에서 새로운 기계 이름을 하나를 듣게 되었다.

훗날, 정보보안을 공부하다 보니 암호학을 접하게 되었다. 이때 독일이 만든 암호화 기계인 ‘에니그마(Enigma)’를 알게 되었고 튜링(Turing)이라는 단어를 다시 듣게 된다. 이때 튜링은 이론적 기계 앞에 붙은 이름만이 아닌 에니그마가 만들어내는 암호를 해독하는 영국의 암호학자로 등장했다.

어느 전공이나 그렇지만 IT를 공부하다보면 관련 분야에 공헌한 많은 사람들을 언급하게 된다, 정보보안 관련 교과를 가르치면서 빼놓지 않는 그 이름이 ‘앨런 튜링(Alan Turing)’이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1400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하고 연합국이 승리하도록 기여했으나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한국의 역사도 2차 세계대전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았으니 우리의 운명을 가른 사람이다. 강의 마지막에는 백설공주처럼 ‘독 든 사과’를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영화는 튜링의 일대기와 주요 업적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일반인들도 본인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기초를 제공하는 한 것이 앨런 튜링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다루어지는 중요한 주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다. 물론 튜링은 이 단어를 몰랐다. 하지만 1956년에 제안된 이 단어와 주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발전되어 왔다. 간혹 컴퓨터시스템의 미래 또는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목표는 인공지능이라는 답을 주고는 했다. 컴퓨터는 인간의 머리(뇌)를 대신하는 도구이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많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론되다가 IBM, Google 등의 A.I.들이 보여주었던 이벤트들을 경험하면서 이제 누구나 인공지능을 인식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인간은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인공지능 ‘유토피아론’과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내용에 등장하는 스카이넷과 같은 기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인공지능 ‘디스토피아론’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 어느 쪽에 도달할 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인공지능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지수 함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들이 사회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드론, 3D프린터, 스마트 제조 등 키워드 어느 분야도 인공지능과 무관하지 않다. 산업혁명이 진행될 때 마다 이와 관련하여 빠지지 않은 테마가 미래직업에 관련한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대신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포크레인(Poclain)으로 대표되는 굴착기는 한 삽으로 100인 이상의 일을 대신한다. 100인은 포크레인 기사와 제조자들로 재편되었다. 단순 육체근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등장한 기계는 기존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것과는 다른 면이 없지 않다. 어쩌면 빠른 시간 내에 전화상담사로 대표되는 원격 지원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창의적인 영역까지도 처리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조만간 이 글이 내가 쓴 글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울산도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를 다양하게 수용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도하고, 변화를 시도해 가는 것은 우리의 위상으로 볼 때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그 구성원들도 변화하는 내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도 다양하게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대비하는 우리의 지혜일 것이다.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컴퓨터정보학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