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울산의 명물인 태화강 ‘십리대숲’이 ‘백리대숲’으로 탈바꿈한다. 울산시가 2020년까지 명촌교에서 선바위를 거쳐 석남사까지 45.43㎞에 태화강 백리대숲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울산 12경 중 하나인 십리대숲은 태화강변을 따라 4㎞에 걸쳐 조성돼 울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로 꼽힌다.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장하는 방안은 태화강을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킨 이후 하천변을 보다 생태적으로 가꿔나가기 위한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민선7기 송철호 시장은 취임 직후 태화강에 인공적인 구조물 설치는 지양하고 지속적인 생태 친환경 방향을 설정했다. 이전까지 추진될 계획이던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집라인과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 유치 등이 폐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집라인 등이 볼거리와 체험 등 관광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태화강의 특성을 살린 생태적인 보존과 친환경공간 조성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시는 KTX울산역 인근과 반천현대아파트, 구 점촌교 등의 제방 위에는 왕대를 심고, 반천교~학성교의 옹벽과 삼호교~명촌교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에는 조릿대를 심기로 했다. 석남사 주차장 주변과 선바위공원 주변, 굴화~다운 징검다리 등에는 다양한 테마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십리대숲은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태화강 수변의 중요한 생태공간이다. 이 때문에 백리대숲 조성계획은 생태공간 확장과 경관, 생물 다양성 확보, 시민 친수공간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생태공간 확장 측면에서 볼 때 백리대숲은 충분히 긍정적인 요인을 갖추고 있다. 물론 전 구간에 대숲을 조성하지 않지만 구간별로 왕대와 조릿대 등 종류별로 식재해 태화강 대숲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대나무는 뿌리 착근력을 볼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수종은 아니다. 십리대숲이 이미 오랜시간 숲을 이루며 대나무 서식 환경에 적합함을 보여주었지만 향후 대나무의 성장 관리에 꾸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태화강은 각종 동식물의 보고다. 태화강 하류 일원은 지난 2008년 12월 생태 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태화강 하류와 대숲 일원은 철새 서식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특히 삼호대숲은 백로와 까마귀 서식지로 단일 개체수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이루고 있다. 동천과 만나는 태화강 하류에는 29만1559㎡의 억새 군락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 모래톱이 발달해 매년 겨울이면 많은 철새들이 찾아온다. 또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류에는 바닷고기와 담수어종이 공동으로 서식하는 기수지역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전국 최대 바지락 종패 공급지로 꼽히고 있다. 회유성 어류인 연어와 황어, 은어가 산란을 위해 태화강으로 회귀하는 것도 태화강의 생물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것은 태화강의 수질 등이 생태적으로 회복하고, 서식환경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백리대숲은 현재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의 다양성을 일체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더 많은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태화강은 하천 폭이 일정치 않고 구불구불한 형태여서 새롭게 조성하는 대숲이 물의 자연적인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평소에는 수량이 적지만 장마철 급격한 유수량의 증가로 홍수 등의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시민 친수공간 측면에서는 백리대숲과 테마쉼터가 충분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태화강에는 자전거도로와 태화강대공원 등 다양한 친수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처가 되었다. 시는 이달 태화강과 강 둔치를 전담 관리할 태화강정원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사업단이 태화강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태화강정원(대공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경우 백리대숲과 함께 태화강의 생태적 문화관광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백리대숲이 울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이자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리대숲이 자칫 식재부터 관리에 차질이 생길 경우 기존 십리대숲의 이미지와 가치마저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실행이 필요하다. 십리대숲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면서 태화강변을 따라 대나무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면 울산의 생태도시 이미지 제고는 물론 또 하나의 훌륭한 문화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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