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의 세월을 견뎌온 방어동 곰솔이 드디어 온전하게 보존된다. 울산 동구청은 방어동 곰솔에 대한 공원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어동 곰솔은 높이 7.5m, 둘레 4.22m로 용을 닮았다고 해 용송(龍松)나무라고도 불린다. 지난 1994년 보호수로 지정됐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돼 고사 위기를 겪었을 뿐 아니라 곰솔 아래 법당에는 촛불과 향이 항상 피워져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또 인근 지주들로부터 곰솔의 가지를 잘라달라는 요청이 계속 이어져 민원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솔의 크기는 갈수록 커져 주변을 덮을 정도로 수세가 확장되고 있다.

동구청은 올해 1회 추경을 통해 보호수 공원화사업 예산 5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방어동 곰솔 일대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동구가 곰솔나무를 중심으로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면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보호수 공원화 사업이 실시되는 셈이다. 동구는 부지 매입비로 시비 3억원, 구비 2억원을 확보해 조만간 매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 동안 울산지역에서는 수령이 높은 보호수를 중심으로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울산 관내 보호수 63그루 대부분이 사유지에 있어 각 지자체는 물론 울산시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국내에는 현재 1만여 그루의 보호수가 있고, 울산에는 63그루가 있는데, 바닷가에 있는 보호수는 상당수가 곰솔이다. 해송(海松), 흑송(黑松)으로도 불리는 곰솔은 소나무(赤松)의 잎보다 억세 ‘곰같은 솔’이라는 의미의 ‘곰솔’로 불렸다. 곰솔은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이 대단히 강해 남쪽에 주로 자생하고 있으며, 곰솔과 소나무는 서로의 영역에 침범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방어동 곰솔은 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등 모진 풍파와 고난을 함께 이겨냈고 마침내 시민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게 됐다. 동구청이 세운 팻말에는 그 내력이 적혀 있다. “1000년전 용나무 아래 동굴에 천년 살던 용이 천년이 되는 날인 삼월삼짓날 새벽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해 옥황상제에게 여의주를 바쳤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옥황상제는 용이 승천한 곳에 솔씨를 내려 보내 심도록 했다. 용나무는 나라의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어동 곰솔 공원화사업 부지 매입이 시작된만큼 이제 주민들이 하나되어 곰솔공원을 지역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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