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신청하려는 국가정원에
철새공원~태화강공원만 한정하는건
태화강 자연미를 너무 좁힌건 아닌지

▲ 이재명 논설위원

울산 태화강 봄꽃대향연이 오는 5월16일부터 3일간 열린다. 태화강대공원에는 이 기간 수레국화, 양귀비, 안개꽃 등 수많은 꽃들이 들판을 수놓는다. 태화강대공원은 원래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쳐진 하천부지였는데, 지목이 바뀌면서 토지구획정리지구 개발이 시도됐으나 무위로 끝났다. 이후 시민들의 힘을 모아 대숲을 존치하고 하천으로 다시 복원시킨 후 훌륭한 공원으로 거듭 나게 했다.

울산시가 오는 5월 산림청에 다시 신청할 태화강 국가정원은 기존의 태화강대공원을 포함해 강 건너 철새공원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정원(85만63㎡, 25만7594평)이다. 우리나라 국가정원은 2015년 등록된 순천만 국가정원이 유일하다. 광역단체장이 지정하는 지방정원은 울산 태화강대공원, 영월 연당구곡, 안면도, 경주 화랑 등이 있다. 울산시가 제2호 국가정원을 탄생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것은 이 국가정원이 울산 최대의 관광자원이자 ‘세계적인 공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딛고 조성한 상징적인 징표이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다시 신청하려는 국가정원 후보지는 떼까마귀 서식지와 백로 서식지, 십리대숲, 봄꽃대향연이 열리는 태화강대공원, 분수대, 느티나무 공원, 관어대(觀魚臺), 오산(鰲山), 만회정 등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특히 태화강 상공을 나는 백로의 날개짓은 한편의 느린 동영상을 연상하게 하고, 겨울 석양의 떼까마귀 군무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남쪽 철새공원과 태화강대공원 사이로 흐르는 태화강이 국가정원에 빠져 있고, 은월봉 등 남산이 제외돼 있으며, 고려 성종이 직접 신하들을 데리고 와 연회를 베풀었다는 태화루가 태화강대공원 귀퉁이에 있는데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새공원과 태화강대공원을 양쪽에 끼고 있는 태화강은 황어와 누치와 각종 오리, 민물가마우치, 수달, 흰죽지 등의 천국이다. 태화강은 백로들에게 하루 하루의 양식을 제공해 주고 쉼터를 제공해 주며 새끼를 기르는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태화강 없는 국가정원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남산은 고려 충혜왕 때 울산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정포의 시(詩) ‘울주팔영(蔚州八詠)’의 근거지다. 울주팔영은 평원각(平遠閣)·망해대(望海臺)·벽파정(碧波亭)·은월봉(隱月峯)·장춘오(藏春塢)·대화루(大和樓·태화루)·백련암(白蓮巖)·개운포(開雲浦) 등 8군데의 풍경을 묘사한 시다. 그 중 벽파정, 은월봉, 장춘오가 남산에 있고, 태화강 건너편에는 대화루와 평원각이 있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주팔영의 5곳이 모여 있는 것이다.

태화루는 고려 성종이 행차했을 때 잔치를 열었을 정도로 유명한 누각이었다. 태화루에 올라서면 남산의 은월봉과 벽파정, 장춘오가 한 눈에 보였고, 서거정은 “경치가 내가 전에 보았던 누대(樓臺)들과 엇비슷한데, 앞이 멀리까지 넓게 트인 것은 이 곳 태화루가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전남 담양에 가면 중종 때 조광조의 제자 소쇄옹 양산보가 지은 원림(園林) 소쇄원이 있다. 정원이 인위적인 조경을 통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라면 원림은 산과 숲의 자연스런 상태를 이용해 집과 정자를 배치한 것이다. 계곡의 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산비탈을 조금씩 깎아 정자를 지었다. 소쇄원의 주위는 온통 왕대숲으로 조성돼 있는데, 태화강대공원의 십리대숲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울산시에 확인해 보니 태화강과 남산, 울주팔영, 태화루는 국가정원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화루는 역사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남산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시는 그 중 태화루의 중요성을 감안해 장차 도시계획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태화루의 가치는 은월봉을 비롯한 남산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정원의 개념과 크기를 좀 더 확장한다면 새로운 정원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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