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의 갈등·양극화·고령화등
다양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도시 포용성 향상 노력 서둘러야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중요한 인류문화유산으로 전 세계인이 프랑스를 기억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대참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이 컸던 만큼 대성당 복원에 대한 관심과 열의 또한 큰 것 같다. 특히 프랑스 부호들이 거액의 기부를 통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담으로 끝날 것 같던 이야기들이 최근 들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노란조끼로 대변되는 프랑스의 사회 불평등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기부금은 세액공제를 노리고 기부하는 것에 불과하며 기부금의 일부는 불평등 해소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2000년 초반에도 사회적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사례가 있다. 2005년 프랑스 파리 외곽지역에서 청소년들과 경찰 간 충돌과 방화사건이 벌어졌다. 이민자 배경을 가진 도시 빈민들이 실업, 낙후된 주거환경,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로부터의 배제 등 잠재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소요사태는 프랑스 전역의 300여개의 도시로 확산되었고 정부는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산업화에 따른 인구집중은 도시화를 촉진하고 과도화된 도시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내포하게 된다. 영국의 미래학자 데니스 가보르는 저서 <성숙사회(1972)>에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어느 시점에서 구성원들 간 갈등이 증가하면서 지속가능성에 위기를 맞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국가 또는 도시의 개발에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환경을 무시한 개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였다. 이후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에서 ‘우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식화됐다. 위원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잃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경제성장과 환경과의 상충관계가 아닌 통합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경제, 환경 및 사회분야 등에서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OECD 자료(2014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사회구성원들 간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특히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 일자리 부족과 소득 양극화, 공공서비스(교통, 교육 등)에 대한 접근성 애로 등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은 결국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UN-Habitat(유엔-해비타트) III 회의에서 다양한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도시발전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도시 의제로 ‘포용성’이 채택되었다.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이 가능하려면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소·완화해야 한다. 결국 다양한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방안이 도시의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도 성숙사회로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계층 간 갈등, 양극화, 고령화, 다문화 및 기타 불평등 이슈 등이 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2017)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OECD 30개 국가 중 29위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통합지수를 구성하는 지표인 ‘사회적 포용’은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포용성은 도시정책의 중요한 현안이며 선진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미래비전이다. 울산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울산의 도시 포용성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지표 개발과 실제적인 점검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포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대안마련에 함께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