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권·환승센터등서 뜬금없는 제안
잇속만 채운다는 지역여론 두려워해야
울산지역 롯데사업장에 악영향 될수도

▲ 추성태 편집국장

울산은 한때 ‘현대왕국’이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관련기업과 학교 여가 복지 등 수많은 시설이 ‘현대’와 연관돼 있다. 정주영 창업자가 1971년 5만분의1 백사장 지도와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권 지폐한장을 들고 영국은행에서 자금을 유치해 미포만에 조선소를 세운 일화도 ‘현대왕국’의 창업스토리로 무수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업황부진과 기업 부침에다 2, 3세 경영으로 전환되고 그룹별로 분화, 분사되면서 지금은 현대왕국이란 말은 안쓴다. 대신, 어느순간 울산에 뿌리내린 기업이 롯데다. 그리 오래지 않은기간 하나둘씩 들어와 경제전반에 거의모든 업종이 연착륙해 있다. 요즘 울산은 현대보다 롯데사업장 간판이 더 많아 ‘롯데왕국’이란 얘기도 사뭇 회자된다.

울산의 롯데사업장은 원래 롯데호텔과 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업이 주류였다. 이후 울산곳곳에 롯데캐슬 롯데인벤스 롯데스카이 등 롯데브랜드를 단 고급아파트들이 줄잡아 10여곳이나 건립됐다. 2015년부터 롯데는 삼성정밀 등 울산의 화학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M&A)해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롯데비피화학 등 3개 대형화학사를 보유했다. 이외에 울산야구장은 프로야구롯데의 제2구장이자 사실상 전용구장이고 롯데시티호텔, 롯데하이마트, 롯데슈퍼 등 롯데간판을 단 영업장은 부지기수다.

부산연고지라는 인식이 강한 롯데가 이처럼 울산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고향(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이라는 연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과 롯데는 역대 시장(市長)마다 ‘창업주의 고향’을 연결고리로 상호윈윈을 내세워 사실상 특혜성 투자유치협상을 진행해 왔다. 삼산동 최요지에 들어선 호텔과 백화점, 고속시외버스터미널(부지)이 그랬고 어떤때는 울산타워 울산랜드마크 건립얘기도 오갔다. 울산시가 발주한 용역이 끝나는대로 고속시외터미널이 외곽으로 옮겨진다면 금싸라기 부지의 활용권도 롯데에 있다. 어떻든, 돈될만한 곳에 울산시의 ‘투자읍소’를 기다려 재고튕기고하다가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든후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이미지로 지역사회에 각인돼 있다.

롯데의 울산투자의 ‘백미’는 강동권개발단지에 추진중인 강동리조트 사업과 KTX울산역세권의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다. 두 사업모두 2000억원 이상 투자되는 지역발전의 핵심사업이라 울산시가 목줄을 매는 사업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이유로 오랜동안 ‘재고튕기던’ 롯데가 최근 강동리조트 부지엔 레지던스사업을, 복합환승센터 부지엔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제안하고 나오자 지역사회는 또다시 롯데의 부동산장사 본색이 드러났다며 발끈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강동리조트사업은 2000년대초 롯데건설과 향토업체간 사업권분쟁시 대기업인 롯데에 사실상 사업권을 빼았겼다고 지금도 향토업체는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복합환승센터 부지도 울산시가 투자유치를 위해 몇차례의 협상끝에 분양가보다 30%이상 싼 가격에 공급했다.

근래들어 많은 국내기업들이 지역사회 또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투자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공헌)를 강조하며 이 분야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롯데그룹역시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있을때 “총수가 풀려나야 대규모 투자결정에 따른 지역공헌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총수석방을 위한 여론작업을 했다. 울산도 리조트사업과 복합환승센터 사업이 총수구속으로 투자가 집행되지 않자 지역정치권을 중심으로 총수석방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과정속에서 뜬금없이 롯데가 ‘레지던스와 주상복합아파트’를 들고 나오자 지역여론이 공분에 휩싸인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역민과의 약속이행 즉 신의가 바탕이 돼야한다. 지역여론이 회복불능으로 치달으면 울산의 많은 롯데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

추성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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