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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그림이 있는 에세이
[그림이 있는 에세이]특별한 하루- 박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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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2  21: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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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외출-박자미作(테라코타) : 마음 한켠엔 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다. 마음에서 싹을 틔운 꽃들이 온몸으로 번져 나오기도 한다. 빨간 꽃, 노란 꽃, 분홍꽃… 꽃들이 주체할 수 없이 만발하는 그 날은 그만 나이를 잊어버리고 만다. 화려한 외출이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들이 모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40년 만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어 한곳에 모이기는 쉽지가 않았다.

모임 장소는 바닷가의 장사 마을이다.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아담하게 민박집으로 개조한 곳이다. 대청마루 앞에 유리문을 달고, 재래식 화장실을 편리하게 고친 흔적이 보인다. 무엇보다 마루에 서면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쭈욱 펼쳐지는 것이 좋다. 오른쪽으로는 끝없는 백사장이 보인다. 그사이 드문드문 자리한 소나무도 눈길을 끈다.

   
▲ 화려한 외출-박자미作(테라코타) : 마음 한켠엔 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다. 마음에서 싹을 틔운 꽃들이 온몸으로 번져 나오기도 한다. 빨간 꽃, 노란 꽃, 분홍꽃… 꽃들이 주체할 수 없이 만발하는 그 날은 그만 나이를 잊어버리고 만다. 화려한 외출이다.

친구들은 졸업하자마자 바쁘게 도시로 입성했다. 가난한 시골 살림에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객지로 나간 친구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사회 적응력이 빨랐다. 산업의 역군으로, 간호조무사로, 사무실 경리로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했다.

결혼도 다들 스물 대여섯을 넘기지 않았다. 남편들도 고만고만한 기업체에 다니고 아내를 잘 위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다. 창포말의 해맞이 공원이 있는 청정지역에서 자라서인지 자식을 낳지 못한 친구도 없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자녀를 두 명씩 두었다. 아이들은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대부분 취업을 해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더러 자식들이 취업 준비생도 있으나 표정만은 밝았다.

이 모임은 내가 결혼할 무렵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 다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친구들은 서울, 울산, 포항 등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어 일 년에 겨우 한 번씩 만났다. 그런데 밥만 먹고 헤어지니 너무 아쉬워 이번에는 하룻밤을 같이 지내기로 했다. 바닷가에 살았던 친구들의 입맛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총무인 나는 생선회와 대게를 주메뉴로 정했다.

   
▲ 화려한 외출-박자미作(테라코타) : 마음 한켠엔 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다. 마음에서 싹을 틔운 꽃들이 온몸으로 번져 나오기도 한다. 빨간 꽃, 노란 꽃, 분홍꽃… 꽃들이 주체할 수 없이 만발하는 그 날은 그만 나이를 잊어버리고 만다. 화려한 외출이다.

어린 시절 소풍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날 즈음 친구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방 한가운데 상을 펴고 준비한 것을 차렸다. 아이스박스 포장지를 풀자 발갛게 익은 대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다들 한 마리씩 들고 다리와 등딱지에 붙어 있는 게살을 뜯어 먹었다. 인정 많은 친구는 서울에서 왔다고 게살을 발라주고 게장에 밥을 비벼 친구에게 넣어주기 바쁘다. 대게를 얼추 먹고 난 다음 우리는 가져온 회를 먹었다. 솜씨 좋은 친구가 야채를 넣고 물회를 만들어 놓으니 순식간에 동이 났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은 그 옛날 고향에서 먹던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입맛을 돋우었다.

배가 가득 찰 즈음 소화를 시킬 겸 노래방을 가자고 한다. 전화하니 승합차가 잽싸게 와서 우리를 싣고 갔다. 친구들은 다들 흥이 많다. 예전에 명절 때 고향에 가면 약속이나 한 듯 모여서 놀았다. 커다란 녹음기를 가운데 두고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췄다. 친구의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작은 방에서 놀도록 허락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나 놀았으면 구들장이 내려앉아 친구 아버지가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노래는 끊어질 새 없이 계속되었다. 내숭 떠는 친구도 없었다. 노래 부르는 친구 주위로 빙 둘러서서 손뼉을 치거나 탬버린을 흔들었다.

밤이 깊어서야 우리는 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그때야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몇 년째 취업을 준비한다는 친구 아들의 이야기에 다들 내 일처럼 걱정을 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어려움과 사업이 기울어 도피하다시피 타지로 떠나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 등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수학여행 이후 처음으로 한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니 감회가 새롭다며 모두 “너무 좋다”를 연발한다.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자는 의견에 앞으로 회비를 올려 해외여행도 가자고 한다. 누구 하나 반대하는 이가 없다.

나 역시 한때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었다. 그 힘겨운 시간을 건너온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고향 친구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넉넉함이 있다.

속삭이던 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이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꿈속에서도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지 잠자는 얼굴이 그지없이 평온하다.

   
▲ 박미자씨

■박미자씨는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5회 <울산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울산시조, 울산문학 작품상 수상
·울산예총회장상 수상
·<그해 겨울 강구항> <도시를 스캔하다> 펴냄

 

 

 

 

   
▲ 박자미씨

■박자미씨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7회, 단체전 120회
·아트페어전 3회, 올해의 작가상(2012)
·한국미술협회·울산미술협회 회원
·울산여류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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