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 인구소멸국가에 진입
단순한 출산장려 캠페인을 넘어
출산이 축복이 되는 정책 펼쳐야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 장래 가구추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수는 약 2000만 가구에 이르게 된다. 그 중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수는 572만여 가구로 최근 그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1인가구는 꾸준히 증가해 600만 가구에 이르러 부부, 자녀 가구수를 역전하게 된다. 울산시의 가구 추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울산은 전체 43만7000 가구 중 부부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15만1000여 가구로 2018년 대비 3000가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1인 가구는 11만5000여 가구로 2018년 통계보다 약 3000가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출산과 함께 결혼적령기층의 독신가구 증가, 고령화로 인한 노인단독가구 증가, 이혼 가구 증가 등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명의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합계출산율이 1.1명대로 낮아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 다투어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2012년 1.30명과 2015년 1.24명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후 합계출산율은 점차 감소하여 2018년 0.98명으로 1명대 출산율이 무너졌고 올해도 0점대로 전망되는 등 사상 초유의 저출산 위기에 직면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펼쳤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정책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개인의 소득과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는 첫째, 자녀의 양육과 교육과정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감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둘째,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사회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로 인해 경력단절을 막고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아이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아이의 양육과 보육을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보육 시설과 동시에 보육서비스에 대한 신뢰부족도 한몫을 하고 있다. 또한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만혼 추세와 독신주의의 증가, 자녀 계획 없이 두 사람의 인생에 집중하는 일명 딩크족의 증가 등 국민 인식의 변화도 출산율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출산은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을 흔들면서 나아가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 낮은 출산율은 인구감소와 직결되어 고령화시대에 노인부양부담을 급속하게 증가시킨다. 이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OECD국가 중 1명대 출산율 붕괴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인구소멸국가에 진입하게 된 것은 충격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밀한 원인분석과 그에 맞는 적절한 대책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자고 주장하는 캠페인이 아닌 아이가 생김으로써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때 저출산문제는 해결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출산과 양육의 문제를 개인이나 여성의 문제, 젊은 사람들의 인식문제로 치부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양육비와 교육비에 대한 개인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 줄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기간을 전적으로 사회적 기여기간으로 인식해 그 기간이 사회적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과도한 학력지향으로 인해 청년기가 너무 길어졌다. 그리고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청춘을 허비하는 사회구조가 어쩔 수 없는 만혼을 초래하고 결국 아이를 낳고 싶어도 가임기를 놓쳐 출산을 할 수 없는 근본 요인이 소거되지 않는 한 지엽적 대책만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은 일요일과 겹쳐 다음날인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더해졌다. 그래서 내일부터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된다. 가정의 달 오월의 시작과 함께 주어진 황금연휴라 가족여행을 계획하거나 그동안 못 다한 시간을 가질 가정이 많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아보자. 발간 된지 10년도 더 된 토드홉킨스의 <청소부 밥>이란 책에서 밥 아저씨가 들려주는 인생교훈 중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가치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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