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A형 간염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의료계는 물론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만 해도 A형 간염환자가 작년 같은 기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A형간염은 유·소아기 때는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30~40대에서 나타나는 A형간염은 심한 증상을 동반하며 드물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발열, 식욕부진, 심한 피로감, 황달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70년대 이전 세대들은 A형 간염 항체를 지니고 있어 걱정할 것이 없지만 이후 세대들이 문제다. 이유는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질환이다 보니 위생상태가 급격히 개선된 70년대 이후 세대들은 유·소아기때 감염의 기회를 잃어버린 반면, 위생상태가 열악했던 70년대 이전 세대들은 감기처럼 가볍게 A형 간염을 경험하면서 저절로 항체를 습득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도 모르게 ‘공짜백신’을 맞은 셈이다.

2004년 미생물학자 ‘그레이엄 룩’은 건강한 면역계는 인류가 수렵채집인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던 병원체들에 노출됨으로써 확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명한 의학사상가인 ‘샤론 모알렘’은 ‘사람이란, 아파야 산다’라고 했다. 아픔의 역설이다. 1989년 면역학자 ‘데이비드 스트라칸’은 아이에게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것, 대가족과 함께 사는 것, 과도하게 위생적이지 않는 환경에서 사는 것이 천식과 알레르기를 발달시키지 않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이후에 진행된 수많은 연구결과들도 이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병원체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는 이들과의 크고 작은 접촉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다. 노출되지 않으면 면역은 획득되지 않는다. 면역을 획득함으로써 병원체의 정보를 전달하는 세포, 병원체를 기억하는 세포,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생겨난다. 운 좋게(?) 지금까지 A형 간염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백신접종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아직 만나지 못한 병원체들을 인공적인 조작으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백신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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