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광 울산교육연수원 총무팀장

Take your time, make it slow.(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Andante, Andante. Just let the feeling grow.(안단테, 안단테. 느낌이 나도록 해 주세요.)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ABBA)의 안단테, 안단테(Andante, Andante) 노래 가사로 천천히 다가와 달라는 연인들의 노래이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2에서 주인공 도나 역을 맡은 릴리 제임스가 섬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랑인 샘에게 부르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안단테는 음악에서 ‘천천히, 걸음걸이 빠르기로’란 뜻으로 ‘느리게’를 나타낸다. 천천히 가는 것, 느리게 가는 것이 비단 연인과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느림’이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소외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 없어 간단히 빵과 우유로 한 끼를 해결하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돈만큼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느림은 뒤처지거나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느림이 곧 ‘게으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왜’ 해야 되는지 명확히 알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정해 놓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빨리 빨리’에 더 익숙하다.

몇 년 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가 브랜드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 또는 한국인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부지런 하다’가, 부정적 이미지로는 ‘빨리 빨리’가 1위에 선정되었다.

‘빨리 빨리’는 역동성이 있는 반면 조급성이 잠재되어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모자람보다 못하듯 ‘빨리 빨리’의 병폐는 굳이 더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In Praise Of Slowness)’의 저자 칼 오너리는 “느리게 사는 방법을 잊을 때 건강, 사람과의 관계, 공동체와 환경 심지어 업무까지 고통이 된다”며 “슬로 무브먼트(Slow Movement)는 게으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깊은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고 오히려 능률적이고 창조적으로 살게 해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을 살펴보면, 한국의 김치,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콩 가운데 발효식품이 3종류나 차지했다. 느린 음식이 곧 건강한 음식이라는 의미이다.

패스트푸드처럼 ‘빨리 빨리’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긴 시간이 필요한 ‘느림’은 때론 많은 인내와 기다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를 향한 기대와 바람이 어느새 ‘빨리 빨리’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그 바람처럼 역동적으로 자라주면 좋지만 아이들은 생각한 것 보다 천천히 자란다.

아이에게도 끈기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에게 더 많은 인내와 수고로움이 요구된다. 하지만 천천히 기다리다보면 발효되어 아싹해지는 김치처럼 아이들은 어느새 부쩍 성장해 있다.

아이는 어른의 속도가 아닌 ‘아이다운 속도’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거나 그냥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는 ‘빈 틈’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탐구하는 것이다.

‘아이다운 속도’를 인정해 주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안단테, 안단테(Andante, Andante)’ 한다면 마지막까지 남는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양종광 울산교육연수원 총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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