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달동 갤러리 A&D(관장 김현주)에서 오는 5월9일까지 열리고 있는 강리나·장현숙 2인전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여성적 섬세함으로 묘사되고 있는 볼만한 전시회다.

 전시공간과 작품의 어우러짐이 어느 전시보다 두드러질 뿐아니라 표현방법에 있어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면서도 공통된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두명의 작가를 대비함으로써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욕심을 배제하고 각각 입체 작품 3점씩만 내놓은 간결한 구성도 돋보인다.

 선화예고와 홍익대 미술대학 동기라는 친분을 갖고 있는 이들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현실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인간의 따뜻한 심성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리나씨는 금속이라는 딱딱한 소재를 이용해 기하학적 형태로 나타내고 장현숙씨는 인체라는 친숙한 구상적인 형태를 선택하는 등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거의 상반되고 있어 관객의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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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리나〉

 "낙서라는 밝고 명랑하며 자유분방한 색체, 평면에서부터 공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이나 존재의식을 표현한다. 생명의 흐름을 혈액으로 나타내는 등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오다가 점점 은유적인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울산에서 첫 작품전을 갖는 강리나씨(37)는 배우라는 선입견을 깨고 진실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진지한 작가라는 새로운 인상을 갖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 그가 내놓은 작품은 2001년~2002년에 작업한 3작품. 아크릴 박스 안에 투명한 전선을 설치하고, 변환장치에 전기를 공급하여 혈액의 흐름을 묘사한 〈BLOODY〉, 9·11테러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속이 비고 길게 네모난 금속 막대기에 낙서를 새기고 형광램프를 안에 넣어 낙서를 따라 빛이 새어나오게 한 〈ELEVEN〉(테러가 일어난 날짜를 따라 11개로 제작했으나 이번 전시회에는 2개만 내놓았다), 로켓트 모양의 금속에 낙서를 한 〈은빛 바람꽃을 보다〉 등이다.

▶ 〈장현숙〉

 30㎝가 채 안되는 작은 크기의 사람들이 두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나란히 서있다. 두팔을 높이 뻗고 만세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익명이다. 얼굴이 아예 없기도 얼굴이 있어도 표정을 읽을 수는 없다. 몸은 노랑색 빨강색 파랑색 연두색 등의 형광색으로 투명하게 느껴진다. Epoxy Resin(수지)라는 다소 낯선 재료로 만들어진 이들 사람들은 질감이 포근해서 친근한 이웃사람들처럼 정겹다.

 장현숙씨가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Supplication(기원)〉이라는 제목의 2점과 〈만세〉라는 제목의 1점이다.

 "대학 졸업 후부터 계속 인체를 대상으로 삶는 작업을 해왔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 그래서 누구나 갖고 있는 간절한 소망을 표현했다.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관객들도 두손을 모으고 기원을 하고 있는 이들 작품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소망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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