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너지 상장폐지 여부 10일 결정…중국발 공급과잉에 가동률 20%로

▲ 산업생태계 구멍 뚫릴 위기 처한 태양광 업계 [연합뉴스=자료사진]

[경상일보 = 연합뉴스 ]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한국 태양광산업의 생태계에 거대한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웅진에너지[103130]의 상장폐지 여부를 이르면 오는 10일 결정할 예정이다.

    웅진에너지는 2006년 웅진그룹과 미국 태양광 패널 업체 썬파워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전문 업체다.

    잉곳은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제조하는 소재이고 웨이퍼는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든 판이다. 잉곳·웨이퍼는 태양광 산업 밸류 체인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발전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웅진에너지는 지난 5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고, 대전공장과 구미공장 가동률은 20%까지 떨어졌다. 직원수도 5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지난 3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에서 외부 감사인(한영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에 이르렀다.

    웅진에너지는 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거래소는 10일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웨이퍼 업체들의 저가·물량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태양광 웨이퍼 생산량 '톱 10'은 모두 중화권 업체로 그중 9곳이 중국, 1곳은 대만 업체다. 중국은 글로벌 잉곳·웨이퍼 시장에서 9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단결정 웨이퍼 공급용량은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71GW였으며 올해 16GW 규모의 설비가 증설될 예정이다.

    하나뿐인 잉곳·웨이퍼 업체의 도산 위기에 태양광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잉곳·웨이퍼를 원재료로 하는 태양광 셀 업체 관계자는 "웅진에너지 상장폐지는 사람으로 치면 이가 하나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 잉곳과 웨이퍼를 살 수 있는 구매처가 없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대안 업체가 줄어들어 협상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1차 원재료에 속하는 폴리실리콘 업체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위태로워지면서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잉곳·웨이퍼 뿐만 아니라 폴리실리콘(64%), 셀(85%), 모듈(80%) 시장도 이미 완전 장악을 앞두고 있다. 

폴리실리콘[연합뉴스=자료사진]
 

    쏟아지는 우려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달 18일 정부에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협회는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으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중국기업에 밥상을 차려다 바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잉곳·웨이퍼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5%에 달해 모듈 등 기타 산업보다 부담이 크다"면서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웅진에너지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에서 웅진에너지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정부에서도 쉽게 지원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된 직후 "그룹 차원에서 2014년부터 약 1천억원 정도 자금을 지원해왔는데, 태양광 시장의 구조적 문제나 중국기업의 물량 공세 등으로 추가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출될 경우 통상 기업에 약 1년간의 개선 기간을 준다.

    이에 개선 기간 그룹에서 의지를 보이기만 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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