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뱉은 말 흉기될 수 있어
말 할땐 통찰력과 인내심 필요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

▲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시 운영위원 (주)대득종합건설 대표

말(言)은 잡아둘 수가 없으니, 한 번 떠난 말은 쫓아갈 수가 없다. 맹자(孟子)의 공손추에 나오는 글이다.

누구나 말을 뱉고 나서 주워 담을 수가 없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수없이 볼 수 있다. 말에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묻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믿음, 신뢰, 존중 인격까지 보인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가 있지만 말로써 생긴 상처는 아물 수가 없다고 한다. 말은 따뜻한 사랑과 행복을 줄 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흉기도 되는 것이다. 우리 신체에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두 번 듣고 한 번 말 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말은 부자를 만들기도 하고 가난하게 할 수도 있고 사랑을 하게도 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귀중한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하는 것 같다. 말은 하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이 달라진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자 3개로 형성되어 있다. 말하는 사람의 말을 세 번만 들어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은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준 말이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경청이란 글에 경(傾)의 한자를 풀이하면 사람인변에 머리를 기울인다는 경(傾)을 사용하고 청(聽)은 소리가 잘 들리도록 귀를 기울여 듣다의 뜻이다. 몸을 낮추어 잘 들으면 백번 말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치료를 할 때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하면 치료가 된다고 한다. 그만큼 말을 하는 것 보다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 내가 말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툭하고 끼어 들어 자기 말을 하는 이가 있다. 나도 하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싶고 어떨 땐 그만 두고 돌아가고 싶지만 말을 하는 것 보다 들어 주는 것이 더 어려우니 내가 더 품격 있는 자가 아닐까 한다.

어떤 건축가가 프렌차이즈로 성공한 회장님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 일을 따낼 수만 있으면 몇 년간은 일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서를 통해 시간을 정하고 찾아갔으나 이미 많은 건축가들이 찾아 왔었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설명시간은 10분 이내로 줄여달라는 비서의 말은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드디어 회장과의 면담. 큰 사무실에 어질러진 물건들 책상 위에는 알 수 없는 서류더미에 파묻혀 얼굴도 들지 않은 채 설명하라고 했다. 그 건축가는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이 사무실 인테리어 정말 멋진데요” 회장은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 이건 말이요” 그 때부터 회장은 자기 인테리어 소개를 한 시간 가량 했고 약속한 10분을 훌쩍 넘어 두 시간 동안 같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이 누구에게 갔겠는가? 두 시간 가량의 말을 들어준 대가 치고는 너무 크지 않은가.

들어준다는 것은 말을 하는 것 보다 더 가치 있고 말의 품격을 높여 주는 것이다. 말하는 중에 자기의 말이 잘려 나가는 것만큼 참담한 심정 또한 여러 번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대화내용과 전혀 다른 혼자만의 말을 갑자기 꺼내는 사람, 여러 사람과 같이 대화 중에 자기 혼자만의 말을 장황하게 하여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 말을 할 때는 현재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과 대화 상대자를 배려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말이 균형을 잃어 버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말을 하고 나서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말은 내가 아니고 듣는 사람에 향하는 것이라 했다. 논어에 보면 말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말을 하는 것은 조급하다고 했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숨긴다고 했고, 상대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은 눈뜬 장님이라고 했다.

말을 하거나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만 잘 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너무 소홀히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따뜻한 말로 전하는데 흉기로 돌아올 수는 없다. 만약 내가 흉기를 사용한다면 상대는 더 큰 흉기로 나를 때릴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따뜻하고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고 들어 주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신명준 대한건설협회 울산시 운영위원 (주)대득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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