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검경 수사권 조정등
범여권 일방통행식 선거법 개정 논란
민생·대북문제 뒷전 권력놀음 중단해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 4개 정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공수처설치 법안 및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과 연계되어 소위 ‘패스트-트랙’(fast-track 신속처리안건)에 태워졌다. 그리고 4월 임시국회는 그렇게 끝장나고 말았다.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 합의로 해 온 선거법 개정을 32년 만에 범여권 4당 만의 합의로 밀어붙였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가 강원도 산불화재 피해구호를 위한 추경예산안을 비롯하여 각종 민생법안을 다뤄야 할 국면이었기에, 정국경색이 불가피한 선택을 한 정부·여당의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3개의 법률안들도 모두 문제가 많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안은 더욱 그렇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2대 1로의 조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제 개편 권고안에 따라 선거제도에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이를 법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구성의 대표성과 비례성, 즉 권력구조 개편을 고민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모순이 생겨난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의회와 정부가 구성비율이 유사한 분산형권력구조, 즉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과 더 잘 맞는 제도이다.

대통령제의 대통령선거는 대규모로 ‘사표’를 발생시킨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1.08%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사표발생률은 무려 58.92%에 이른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성을 연동형제도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제 4년중임안이었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만이라도 비례성을 강화해서 정당지지율이 의회구성비율에 근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제는 선거에서 정권에 대한 심판을 반영해야 하는데,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권에 대한 심판을 하려 해도 범여권 내부에서 투표가 배분되게 하여 정권심판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즉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심판하려 했는데 그 결과로 제1야당이 아니라 범여권인 정의당으로 의석이 더 돌아가게 되면 선거의 심판기능은 불가능해지는 모순이 생긴다.

여기에다가 지역별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도까지 붙여 놓았으니 국회의원 선거법안은 그야말로 누더기법안이 되었고, 초과의석 발생문제도 시한폭탄과 같다.

공수처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도 정부 부처 간에서나 심지어 범여권 국회의원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채 패스트-트랙에 태워졌다. 이는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 관련 논란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금태섭 의원의 반대의견, 그리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공수처설치법안에서 범여권 4당 합의안과 소위 ‘권은희 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자기모순은 가관 중의 가관이다.

사실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느니, ‘공수처’라느니,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느니 하는 것들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 민생이 팍팍해지고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발사했다는데 무슨 여유로 그깟 권력놀음과 밥그릇싸움에 눈 돌릴 틈이 있겠는가. 정치권은 부질없는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따위를 근거로 더 이상 일방통행을 해서는 곤란하다. 여·야 간에 합의를 다시 구하고,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정당한 반론의 기회를 보장하면서 합의안을 새로 구하기 바란다. 더 이상 꼴불견을 보이지 말라.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