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신격호 별장’이라 불리는 집이 있다. 그 집은 대암댐을 뒤로 하고 숲에 둘러싸여 있다. 집 옆으로는 2만㎡에 이르는 넓은 잔디밭이 붙어 있다. 이 잔디밭은 가끔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전 회장이 고향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5월이면 동네사람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베풀고 선물도 나눠주곤 했다. 그것도 근래들어서는 사라진 행사다. 그러니 최근엔 오로지 개인별장으로만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울산사람들이 신격호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잔디밭이 대부분 환경부 소유의 국유지인 것이 알려졌다. 사실은 국유지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11년전이다. 이 곳의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2008년 이 부지를 신격호 별장이 무단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자원공사는 무단점유시기는 2003년부터로 판단했다. 수자원공사는 당시 5년치 소급분을 포함해 매년 변상금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대로 방치해왔다. 변상금은 공시지가를 적용한 점용료의 1.2배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6025만원이었다. 이곳은 2m 높이의 철조망이 둘러쳐져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다. 철문에는 ‘개인 소유지입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다. 신격호 별장 쪽으로도 철조망은 있으나 쪽문이 나 있다. 이상하게도 별장과 잔디밭이 철조망으로 분리돼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잔디밭이 국유지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울산을 고향으로 둔 굴지의 재벌이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서 사유지처럼 사용해왔던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별장이 지어진 것이 1970년이므로 길게는 5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수자원공사 역시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거나 묵인해왔으며 확인이 된 이후에는 변상금을 받는 것으로 방치해왔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린이날 등 특별하게 허락을 받아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갔던 그 곳이 사실은 국유지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 잔디밭에 들어가면 대암댐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변공간은 인간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휴양시설로 개방했더라면 매우 인기가 높았을 것임에 분명한 곳이다. 수자원공사는 “매년 철거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행하지 않아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하지만 혹여 변상금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결과적으로 울산시민들을 무시하거나 속여온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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