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산재·재활·화상전문센터에
산재·직업병 연구기능까지 병행
자랑스런 공공병원 모델 기대

▲ 김도하 내과의원장

지난 1월 정부의 24조 예타면제 사업의 하나로 산재전문 공공병원 울산 유치가 발표되었고, 최근 울주군 굴화 공공주택지구에 입지를 확정하면서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에 근무하는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는 산재전문 공공병원 울산 유치를 환영한다.

그러나 시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치한 공공병원에 대한 지역 여론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유치를 환영한다는 빛바랜 현수막만 나부끼는, 상처뿐인 영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증산재환자 치료 및 R&D 기능을 갖춘 16개 진료과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고용노동부와 실행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주관으로 건축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여론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와 시민단체에서 추진해 온 것은 500병상 규모로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도의 규모와 역량을 갖춘 공공종합병원 형태였다. 다시 말해 고용노동부 주관의 300병상 정도의 산재병원 형태가 아니란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국립병원을 설립하면서 산재환자만 이용하는 시설로 국한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울산시민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장질환·뇌혈관질환·각종 암은 물론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전염병도 관리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만일 지금 300병상 규모의 산재병원 형태의 병원이 들어서면 앞으로 한동안은 공공병원은 더 들어서기 어렵고, 이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략할 수 있으므로 차라리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역 여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나, 필자는 나름의 조금 다른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일산병원은 현재의 보험 수가가 적절한가 하는 것을 알아보는 실험병원 역할을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설된 병원이다. 개원 이후에 또 다른 병원은 전혀 계획을 하지 않은 모델형 병원인 셈이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이런 병원모델을 울산에서 요구한다고 들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일반중증질환(심장 및 뇌혈관질환, 각종 암 등)은 지역의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설치된 각종 전문센터를 통해 진료 받을 수 있으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전염질환도 대학병원 등에서 메뉴얼에 따라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증산재환자의 재활센터, 장애어린이재활센터, 화상전문센터 등과 같이 공공병원이 아니고는 운영이 불가능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시설들을 울산에 설치하는데 집중해서 병원을 전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립병원에서는 잘 대처를 할 수 없는 행려환자나 무연고자 및 의료 소외계층의 진료에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또한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R&D 기능을 갖춤으로써 산재와 직업병 발생을 줄이는 연구를 할 수 있으면 기업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울산에 설치되는 공공병원이 이같은 기능을 잘 수행해서 자랑스러운 병원이 되려면 정말 많은 경제적인 부담이 뒤따를 것이다. 정부나 울산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소위 ‘착한 적자’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기존의 산재병원과 구별되지 않는 정도의 병원이 되고 말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조심스레 기대하는 것은 울산 주위의 대기업으로부터 병원을 위한 자발적인 기금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산재와 직업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에 대한 연구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 아주 유익하며, 요즈음 기대가 높아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4월25일 울산지역 노사단체들이 송철호 울산시장을 면담하고 역할을 분담해 시에 꼭 필요한 병원을 건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고, 이에 시장은 근로자와 시민이 모두 만족하는 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관이 시작하고 주도해 나가겠지만, 시민과 지역의 기업이 뒤에서 단단히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새롭고 자랑스런 모델의 공공병원이 건립되어 발전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도하 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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