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세대교체와 체질개선 소홀에
R&D 기능약화까지 겹친 울산산업계
재도약 위한 터닝포인트 서둘러야

▲ 김창식 경제부장

인간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경제활동이나 사회 환경의 인식·의식, 상식·풍습·정답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 처럼, 세상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 역시 불변의 대 진리일 것이다. .

기자는 최근 본보 창간 30주년을 맞아 울산경제 30년의 산업지표 변화상을 정리하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50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울산의 산업 생태계는 ‘세상은 변한다’는 불변의 법칙조차 거스를 만큼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1989년 당시 울산의 산업구조는 1차 농수산업 3.1%, 2차 제조업 52.9%, 3차 서비스업 44.0%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지역 산업생태계의 양대 균형추를 형성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울산의 산업생태계는 1차 산업은 0.3%로 축소됐으나, 2차 산업은 63.4%로 더 비대해졌다, 3차 서비스업(36.3%)은 30여젼 전보다 비중이 더 축소됐다.

글로벌 선진국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주도아래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고, 성장력이 다한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데, 울산의 산업구조는 오히려 ‘역주행’했다.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경제전쟁 속에서 주력 수풀품목도 이렇다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1990년 수출 1위는 자동차, 2위 선박, 3위 석유·석유제품에서 2018년 현재 수출 1위는 석유·석유제품, 2위 자동차, 3위 선박으로 순위변동만 있었을 뿐 ‘제조업의 틀’에 갇혀 더 고착화 됐다. ‘한국의 산업수도’라고 불리는 울산산업의 성장력이 약화된 것은 지난 50년 고도성장의 달콤함에 젖어 주력업종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산업체질 개선을 소홀히 탓일 것이다.

글로벌 경제 혼돈 속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울산은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 3대 주력산업은 임계점에 도달했지만, 산업의 고도화 등 미래 먹거리 확보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주력 대기업들은 컨트롤 타워인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고, R&D(연구개발) 기능까지 속속 수도권 등지로 옮겨가 울산은 단순 생산기지 역할로 전락한 까닭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맏형격인 SK에너지는 1990년대 초 울산연구소 기능을 대전 연구단지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혼이 서려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있던 현대차연구소도 지난 1995년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로 옮겨갔다. S-OIL도 지난해 울산 온산기술연구소에서 수행하던 석유제품 및 공정분야 연구, 고객 기술지원 기능을 서울 마곡산업단지 ‘기술개발센터’(TS&D)로 이전했다.

‘조선메카’ 울산의 기능약화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조선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조선 3사의 영업조직과 울산 현대미포조선 선박영업부·기본설계부를 서울 계동 사옥으로 옮겨간데 이어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합작 중간지주 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되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는 생산부문으로 전환돼 기능약화가 불가피하다.

주력 대기업의 R&D 기능 이전은 해당 기업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반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본사 이전으로 경영, 설계, 연구인력의 유출은 지금까지 울산이 겪어왔던 구조조정과 계열사 분사 등으로 발생했던 지역경제 붕괴가 재연될 것이라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고착화, 서비스산업의 부재, R&D 기능 약화까지 재도약을 꿈꾸는 울산 산업의 터닝포인트도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이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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