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울산시민안전포럼 공동대표 전 국민안전관리협회 울산협의회 교육원장

어느 화창한 가을날, 올랜도-애틀란타행 항공기가 이륙 10여 분 만에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이는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실화를 다룬 영화 ‘플라이트’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승객이 무사 구조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그야말로 여리박빙(如履薄氷)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얼음 위를 조심조심 걷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는 다양한 사고들이 잠복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아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생활이 풍요로워졌지만 삶의 초점은 점점 ‘우리’에서 ‘개인’으로 옮겨졌다.

우리나라 안전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한 미덕인 배려, 양보 등 공동체 가치의 소멸을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법 강화, 시설 보완과 시스템 수립 등이 있지만 이러한 하드웨어적 요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핵심 키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강화하는 ‘인성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인재(人災)다. 아무리 도로를 튼튼하게 잘 만든다 해도 무질서한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는 감소하지 않고, 계절마다 자연 재난이 예상되는 데도 미리 예방 조치를 하지 않으면 더 큰 국가 재난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안전사고 수준이 국민들의 인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면 이제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다 함께 동참해야 할 것이다.

최우선 과제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가짐이다. 자율적인 도덕과 양심으로 관리되지 않는 사회는 더 큰 불안과 고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안정된 사회로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른 성품과 태도를 터득하는 인성 교육을 안전한 사회의 푯대로 삼으면 어떨까. 개개인의 인격을 보다 성숙하게 갈고닦음으로써 현실의 불안을 헤쳐 나갈 힘을 모으는 지혜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이준구 울산시민안전포럼 공동대표 전 국민안전관리협회 울산협의회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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