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따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이전으로 인해 몹시 어수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 가운데 최근 단체협약 투쟁 출정식도 열었다. 울산 최대의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동시에 하투(夏鬪)에 돌입하는 형국인 것이다. 울산은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딛고 다시 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현대차도 가까스로 업황부진을 탈출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지만 올해 노사 협상의 조짐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추석전 타결을 목표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현대차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에서 ‘미래투자’와 ‘실적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대한 투자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에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조64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올해 3조3730억원(전망), 오는 2020년 3조4440억원(전망)을 예상하고 있지만 미래투자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안을 요구사항에 포함시켰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들고 나온 인원 충원 문제도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측은 지난 3월 특별고용안정위원회에서 전기차 생산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해 2025년까지 인력의 20%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사를 노조에 전달했다. 반면 노조는 2025년까지 1만명 규모의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다 노조는 친환경차 생산을 국내공장에 우선 배치하자는 요구안도 내놓았다. 전기자동차·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 등을 국내공장에 우선 배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시장 상황과 수익성에 따라 권역별 접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같이 가볍지 않은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울산은 지금 경제가 몹시 어려운 형국에 있다. 이런 국면에서 행여 전국의 분규 회오리가 울산으로 이동하면 울산은 유례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