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여행화첩’등 100여점 선보여

▲ 청록산수

경상일보 창간 30주년 기념展
‘보묵-근대미술로 오는 길목’
운보의 그림 가장 많이 소개

전통회화·현대미술 연결한
한국미술사 교두보 역할로
시대별 회화작품만 30여점에
조선풍속화로 그린 예수생애
현대미 담아낸 전통산수화도

한국근대미술 대표작가인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사진)의 삶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울산지역 최초로 열린다.

경상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조선중기 서예·도자부터 근·현대 그림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 계보를 살펴보는 특별전을 마련한다.

15일 울산박물관 제2전시실에서 개막하는 ‘보묵(寶墨)-근대미술로 오는 길목’전에는 전체 140여점 중 운보의 그림이 가장 많이 소개된다. 그의 예술혼을 가늠하는 시대별 회화작품 30여 점과 최초 공개되는 ‘여행화첩’, ‘신문삽화’ 원화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 예수생애도

운보는 풍속화에서부터 극단적인 추상에 이르기까지 구상과 추상의 전 영역을 망라하는 폭넓은 역량을 구사했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군국주의를 찬동하는 작품을 발표 해 후일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한국미술사에서 그는 우리의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운보는 40세를 넘기며 예수의 생애를 조선시대 풍속화로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제1화 ‘수태고지’를 시작으로 ‘아기예수탄생’ ‘예수생애도’로 이어지는 예수의 삶을 1년 간 작업 끝에 30점으로 표현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어느날 꿈속에서 예수의 시체를 안고 지하무덤으로 내려갔다가 차마 놓고 돌아올 수 없어 통곡하다가 깨어난 그날로부터 성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여행스케치-베니스

1970~1980년대에는 산수화 전통 위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여 ‘바보산수’와 ‘청록산수’ 연작으로 대표되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했다. ‘바보산수’ ‘바보화조’에서는 회화의 순수성과 꾸밈없는 인간본성을 표현했다. 과감한 생략과 강조를 통해 형상에 구속되지 않는 일탈을 구사하면서 우리 민화의 해학과 인간미도 담아냈다.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으로 평가되는 ‘청록산수’는 청록의 수묵담채로 전통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었다. 운보 특유의 자유로움과 생명력때문에 큰 인기를 모은 연작이다.

점·선 시리즈의 ‘걸레’도 선보인다. 작업은 붓 대신 대걸레에 먹을 묻혀 쓸어나가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극도로 추상적인 차원의 심상세계를 구가한 것으로, 그가 이어가려던 노년기의 삼매경을 창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 바보화조

최초 공개되는 ‘신문삽화’ 원화는 40여 점에 이른다. 연재소설 ‘홍길동전’ 삽화는 갑작스런 호랑이 출현에 날쌔게 몸을 피하는 홍길동이 묘사됐다.

운보의 짧은 수필과 직접 그린 삽화도 볼 수 있다. 모두 서울신문·경향신문·조선일보 등에 연재된 글그림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있어 운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 한국근대미술 대표작가인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사진)

역시나 최초 공개되는 ‘여행화첩’은 유럽을 포함 해 운보가 다녀 온 세계 곳곳의 운치있는 풍광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베니스를 담은 1981년 스케치에는 아치형 다리를 지나는 곤돌라가 묘사됐다. 해와 함께 바다로 잠겨드는 도시의 오후를 단순한 선과 색만으로 실감나게 담기위해 숨가쁘게 움직였을 그의 숨결이 읽혀진다.

특별전 개막식은 15일 오후 5시. 6월30일까지. 4000~7000원.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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