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봉 울산시 동구청 세무과

업무상 관내를 돌다보면 폐점이란 안내문을 붙인 상가가 심심찮게 보인다. 벌써 몇년째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으로 폐점이란 문구를 붙인 상가가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런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는 모두가 힘들겠지만 아마도 가장 힘든 사람들은 소상공인들일 것이다.

2년전 교통 관련 부서에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체육관을 하는 관장이 찾아와 하소연을 하였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나와 퇴직금으로 체육관을 열었는데 경기가 너무 안 좋아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인데도 구청에서 발부되는 제세공과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제세공과금은 법에서 정해진 것이라 일반 공무원이 어떻게 조정을 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답변을 드렸고, 관장은 이후 한달이 넘도록 계속 찾아와 금액을 줄여 줄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였기에 결국 관장은 원하는 바를 얻지는 못하셨다.

그 당시 관장을 화나게 한 것은 교통유발부담금이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되는 경제적 부담이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이 부과대상이 되며, 건물내 일정 면적 이상을 보유하면 부담금을 납부할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관장은 자신의 체육관이 부과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단지 당신의 체육관이 결코 법에서 말하는 교통혼잡을 유발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사실 관장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현재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혼잡에 상관없이 면적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고, 사업장의 영업실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사업이 잘되어 붐비는 곳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업장마다 손님이 줄고 있어 교통유발부담금의 부과 근거인 교통혼잡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업장에 손님이 오지를 않는데 교통혼잡을 발생시킨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인 상황이었다. 당시 이 부분에 대해 관장님 외에도 많은 상인들이 불만을 가지고 영업실적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구청을 찾아온 많은 분들은 한결같이 영업만 잘된다면 부담금이 얼마가 나와도 수긍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아마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인식은 하고 있을 것이다. 해마다 모든 자치단체에서 제도개선 사항을 올리는데 이런 내용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지 아직은 소상공인들의 요구에도 관련법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교통유발부담과 관련된 민원은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언론들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현재 정부가 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소상공인들이 불편해 하는 법을 개선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현재 교통유발부담금과 관련해서 정부가 해마다 제도개선 사항을 수렴하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는 관련법을 개선하겠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지금 당장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도 얼마전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정부매체에 교통유발부담금 개선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반영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향후 교통유발부담금이 소상공인들의 바람대로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2년전 구청을 찾아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시며 억울해하시던 관장의 모습이 가끔씩 떠오른다. 하루빨리 좋은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힘들어하는 그들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전준봉 울산시 동구청 세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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