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갈등·미-중 무역분쟁등 위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
한-일 관계 새롭게 정립해야 할때

▲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한국경제가 -0.3%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환율인상과 함께 이란산 원유수입금지로 물가상승과 수출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작금의 국내 이슈는 온통 성매매, 마약, 기업범죄가 판을 치고 있고 진보-보수 진영 간의 정치투쟁으로 민심은 흉흉하고 갈등만 양산되는 형국이다.

학수고대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으로 북핵 문제는 새로운 갈등으로 치닫고 남북 화해 분위기는 냉랭해지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간의 무역분쟁과 재난 수준으로까지 도달한 한-일간의 갈등은 수출둔화를 비롯한 우리 경제의 악재이다. 즉, 지금의 한-일관계는 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양국 모두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화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이후 일본경제의 침체, 자민당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Nationalism) 강화, 위안부 재협상 현안,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으로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태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및 내셔널리즘이 심화되고 한-일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만 들린다. 특히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지금까지 한-일 양국 경제인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였던 정경(政經) 분리원칙이 와해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영토 주권 수호 및 일본의 과거사에 적극 대응’ 입장으로 한-일간의 현안문제와 관련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에 기초한 역사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 대립구조는 역사 속에서 반복된 숙연의 과제다. 다만 대일정책의 기조가 국가지도자의 세계관과 대외인식만으로 형성되고 추진된다면 국가 품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적 변수 등을 고려해 전략적 차원에서 대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을 초래하는 행위는 대일정책 기조를 흔들리게 하며, 한-일협력이라는 추동력 자체가 약화되어 우리 경제 활성화에 크나큰 악재가 될 수 있고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치 외교적 노력보다 민간 차원의 경제 문화적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협력과 화해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Agenda)를 모색하고 리스크(Risk)를 관리하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한류(韓流)와 환류(還流)’ 프로세스 활용도 중요하다. 문화, 과학, 경제 등 한일 양국이 협력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를 ‘경쟁의 게임’이 아닌 ‘협조의 게임’으로 이어가도록 하기 위한 ‘정경분리대응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그동안 수출이 주도한 만큼 대외의존도가 아주 높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86.8%로 갈수록 대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를 낙관하기 어렵다.

필자가 지난번에 일본 방문 시 만난 재일교포 경제인은 일본 내 여론주도층과 관료, 경제인들은 지금의 한-일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더 이상의 한-일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며, 한국 투자는 난망하다고 수차례 언급하며 정경분리 대응을 주문했다. 과거 임진왜란 후 조선통신사가 한일 양국의 국교회복과 교류의 계기가 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한-일관계 개선과 정립을 준비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초윤장산(礎潤張傘)’은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펴라는 뜻이며, 비유적으로는 상대의 작은 언행, 주변의 사소한 조짐에서 결과를 예측하라는 뜻이다. 즉, 작은 징조를 분석해 다가올 위기에 대한 방책을 세우면 그만큼 위험이 줄일 수 있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다가올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22년 전 1997년 12월 우리가 외환위기를 맞을 당시 수많은 사전 조짐이 있었다. 금융권의 부실이 자주 거론되고 외환 보유고가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처에서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늘어만 가는데 정부에서는 걱정 없다고 자신했다.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경제위기에 갈피를 못 잡고 방향을 잃은 사람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런 일련의 조짐을 정확히 판단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주춧돌이 젖어 있음을 발견하고 우산을 준비한 사람들은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책을 강구한 소수의 사람들은 IMF 외환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다시 새롭게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자세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한-일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되었다.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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