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이샨’은 말썽꾸러기였다. 학교 가는 길에 뭔가에 빠지면 지각하기 일쑤였고, 공부를 잘 하는 형과 비교하여 늘 부모님의 걱정거리였다. 부모님은 이런 ‘이샨’을 멀리 떨어진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부모님과 떨어진 ‘이샨’은 홀로 외톨이가 되어 말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던 ‘이샨’이 새로 부임해 온 미술선생님 ‘니쿰브’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니쿰브’ 선생님은 ‘이샨’이 학업에 뒤떨어진 것은 난독증 때문이며, 특별히 그림그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교내 미술대회에서 최고상을 타게 되고 부모님도 그 동안의 일들을 반성하며 눈물을 흘리며 이 학교를 떠난다.

인도영화 ‘지상의 별처럼’의 줄거리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 새롭게 관계 맺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썽꾸러기이자 학습장애를 가진 ‘이샨’이 ‘니쿰브’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나에게는 유독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 전체가 잘못을 했을 때 나를 불러 밤늦게까지 함께 운동장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시면서 마음 속 부끄러움을 일깨워 주셨다.

그리고 생각나는 두 제자가 있다. 한 제자는 맨 앞자리에 앉아 말문을 닫고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아이와 대답이 없는 대화를 해 나갔다. 졸업 후 한참이 지났는데 전화를 해서 간호사가 되었다고 하면서 얼마나 말을 잘하던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또 다른 제자는 부모님을 잃고 고모 댁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고모의 교회 가라는 말을 그렇게도 듣지 않더니 손목이 잘리는 대형 산재사고를 당한 후 지금은 목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 교실에서 만나는 제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깨닫게 해 준 제자들이다.

아이들 곁에서 선생님들은 아이들로 인해 기쁘기도 하고 상처받으며 살고 있다.

학부모들과의 관계 또한 예전같지 않아 많은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아마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교직원, 학생, 학부모 중 누구 하나라도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상대방이 행복할 수는 없다.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교사, 학생과 학생, 학부모와 학부모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이해 없이 각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도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주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학교를 바꾸어야 하고, 각자 역할만 다를 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여러가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대부분 오늘날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한 내용들이다. 그리하여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날’은 기쁜 날이 아니라 곤혹스러운 날이 되고 있다. ‘스승의 날’이 허울뿐이고 말뿐인 ‘스승의 날’이 아니라 교사로서 교사의 직업적 전문성과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신뢰하고 지켜주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교사들 스스로도 교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학교를 바꿔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분은 아이들 곁에 있는 선생님들이기 때문이다. 이 분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오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샨’과 함께하는 ‘니쿰브’ 선생님의 길을 걷고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선생님들로 인해 아이들이 희망을 갖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하기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 교육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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