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을 문화공동체 허브로 - (3)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 입구에서 바라본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내부 모습.

2017~2018년 2년간 아이들 위한
‘TV보다 잼나는 도서관’ 운영하고
고전 함께 읽기·캘리그라피등
올해부턴 성인 위한 사업에 주목
북구로부터 1년에 1100만원씩 받아
턱없이 적은 금액에 어려움 겪어도
봉사·후원자들 덕분에 꿋꿋히 버텨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에 들어서면 고양이 두 마리가 방문객을 맞아준다. 고양이의 이름은 듀이와 봉석이다.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 같지만 사실 미국의 유명한 도서관 고양이 듀이와 한국도서관의 대부로 불리는 박봉석 선생의 이름을 따왔다. 고양이 이름부터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곳 답게 양정작은도서관은 2010년 문을 연 이후 9년째 북구 주민들 사이에서 든든한 도서관이자 사랑방, 배움터이면서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읽고 배우고 치유하는 자유로운 공간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삼거리, 염포로를 지나다보면 유독 눈에 뜨이는 건물이 있다. 건물 전체를 바다 마냥 파랗게 칠한 이 건물 1층에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가 위치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성인 키보다 더 높은 책장이다. 양정작은도서관의 보유 장서수는 1만4000권에 달한다. 벽을 둘러가며 놓인 책장에는 문학부터 사회과학, 역사서 등 다양한 책들이 주제별로 빼곡하게 꽂혀있다. 책은 도서관 운영위원장을 지낸 전문 도서선정위원과 운영위원회가 심사숙고를 거쳐 선정한다.

▲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에서는 주제를 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 중앙 커다란 테이블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들의 사랑방이자 배움터다. 양정작은도서관에선 북구청의 지원을 받아 여러가지 교육·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아이들을 위한 ‘TV보다 잼나는 도서관’을 운영했다.

2년간 아이들에게 주제를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성인들을 위한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고전 함께 읽기, 캘리그라피, 시인과의 수다­시 창작교실 등 3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이중 몇 개 프로그램은 호응이 좋아 프로그램 참가자들끼리 동아리 형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책을 읽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양정작은도서관은 열려있다. 지난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만들겠다며 재료를 사들고 들어오는 초등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친숙하고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였다. 도서관이라면 공부만 하던 엄숙한 공간이란 옛 고정관념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았다.
 

▲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만든 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어려워도 노거수처럼 자리잡은 작은도서관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정작은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북구청으로부터 1년에 1100만원을 지원 받는데 이중 660만원은 인건비, 200만원은 도서구입비, 120만원은 문화사업비 등으로 쓰인다. 도서관에서 직원 2명이 근무중인데 한달 월급이 3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자원봉사자나 마찬가지다. 북구청의 지원비로는 월세나 전기세는 턱도 없어 후원을 받고 있지만 벌써 월세가 여러 달 밀린 상태다.

하현숙 관장은 “다른 지역의 경우 작은도서관에 3000만원 가까이 지원해준다. 그나마 울산에서는 북구청이 지원을 가장 많이 해주고 있어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라면서 다른 작은도서관을 먼저 걱정했다.

양정작은도서관이 어려워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건 작은도서관을 꾸준히 찾아주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 그리고 이용객들 덕분이다.

양정작은도서관이 지역에서 가지는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인근 주민과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시민 35명이 현재 양정작은도서관을 후원하고 있다. 후원금액은 매달 500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하다. 적다면 적지만 소중한 관심이고 도움이다.

도서관 사정상 주말 운영이 어려웠으나 청소년봉사단이 매달 1회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한 달에 1번은 주말에도 문을 연다. 양정작은도서관은 평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되며,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는 청소년봉사단의 도움을 받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된다.

하현숙 관장은 “도서관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9년 가까이 운영을 해보니 알 수 있다. 혼자서는 이끌어 갈 수 없다. 연대가 꼭 필요하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도서관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사람과 도서관이 함께 건강하게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이 캠페인은 울산광역시, 울산시교육청, 롯데케미칼, 한국동서발전, 한화케미칼이 함께 합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