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시에서 책읽는 울산으로 - (1) 프롤로그

 

자유롭게 책 접하고 읽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중요성 공감대 확산
독서문화 보급 위한 정부 사업들
지방도시 중심으로 활성화 추세

시민 절반 이상 年 1권 겨우 읽어
공립도서관수도 전국 꼴찌 수준
경제성장 정체와 문화지체 해소
시민 독서역량 키우기서 답 찾아야

본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책 읽는 울산’ 캠페인을 전개한다. 울산의 새로운 문화지평으로서의 제안이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공업도시로 급성장한 울산은 경제적으로는 전국 최고의 부자도시라는 성과를 일구어냈지만 ‘삶의 질’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문화생활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래 불어닥친 성장정체는 문화지체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정주의식 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돈으로 해결하던 소비지향의 욕구를 문화적 욕구로 승화해줄 기반이 절실해진 것이다. 지난 30여년 지역문화발전에 많은 관심을 쏟아온 본보가 울산시·울산교육청과 함께 ‘책 읽는 울산’ 캠페인을 전개하는 이유이다. ‘책 읽는 울산’ 캠페인이 ‘문화도시 울산’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책 읽는 도시’ 만드는 시민운동 전개

독서는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다. 독서의 힘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간 ‘사회적 독서’가 필요한 시대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는 “더 깊이 있고 문화적 역량이 있는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책을 자유롭게 접하고 마음껏 읽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독서’는 깊이와 다양성을 갖춘 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다. 책 읽는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독서는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체부가 실시한 ‘독서의 경제적 가치분석’에 따르면 독서율 1% 증가시 총요소생산성은 0.046% 증가하고, 총요소생산성 0.046%가 증가하면 GDP가 0.2% 증가한다고 한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외에 경영혁신 업무능력 등 눈에 안보이는 상품을 생산해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 책을 자유롭게 접하고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중요하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울산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 경상일보 자료사진
 

◇지방을 주목한 ‘책 읽는 사회’

개인적 독서를 사회적 독서로 전환,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고 책 읽는 사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9~2023)’의 목표도 ‘사람과 사회를 이끄는 독서문화 확산’이다. 공동체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서 독서를 제시한 것이다. ‘사회적 독서 활성화’ ‘독서의 가치 공유 확산’ ‘포용적 독서복지 실현’ ‘미래 독서생태계 조성’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책 읽는 사회가 선진사회이자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화관광부의 책 관련 사업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방도시에 대한 주목이다. 미술과 음악 등 순수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과는 달리 책 관련 사업은 지방도시를 기둥으로 삼고 있다. 독서나 출판 등은 공연·미술과는 달리 공간과 시설, 초기투자비 등에서 부담이 적으므로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지방도시에서도 쉽게 활성화할 수 있는 문화활동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책의 해’ 선포식도 서울이 아닌 김해시에서 갖고 전국 규모의 독서대전도 김해에서 개최했다. 올해부터 지역기반의 책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한 출판체험공간인 ‘책문화센터’를 구축하는데 그 첫 대상지로 강릉시가 선정됐다. 강릉시는 시청 건물 2층에 책문화센터를 마련, 오는 8월말에 문을 열 계획이다. 우수 책프로그램 공모를 실시, 충남 당진시의 ‘독서문화축제’(9월28~29일), 경기 평택도서관의 ‘한 책 하나 되는 평택 책축제’(9월28~29일), 한국지역출판연대의 ‘2019 고창 한국지역도서전’(5월9~12일) 등 3개를 선정했다. 생활밀착형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책마을’ 사업도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울산시민의 독서실태와 독서환경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독서문화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울산시는 마치 딴나라의 도시인양 소외되고 있다. 2007년 전국에서 최초로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하고 12년째 ‘책’을 중요 정책으로 삼고 있는 김해시는 “상공업도시로의 변모와 함께 인구유입과 중소기업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도시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자 새로운 김해상(像)에 대한 고민 끝에 ‘책 읽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울산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책 읽는 도시’는 점점 확산돼 군포, 순천, 서귀포, 파주, 고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책읽는 도시를 2018년 43개에서 2023년 150개로 확산하고, 국민 1인당 연평균 독서량도 8.3권에서 12.0권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민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울산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는 없다. 울산발전연구원 이재호 박사가 2015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해 ‘경제&사회 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15세 이상 인구 1인당 평균 독서권수는 8.2권”이다. 전국 1인당 평균 9.0권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인구도 56.5%로, 2011년 60.5%, 2013년 58.1% 보다 줄었다.

독서문화를 이끄는 도서관의 현황을 보면 울산은 공립도서관(2019년)이 18개이다. 2017년 전국 도서관 현황(2017년)을 보면 경기 228개, 서울 146개, 경남 65개, 전남 64개, 경북 64개, 충남 58개, 전북 55개, 강원 53개, 인천 45개, 충북 42개, 부산 35개, 대구 33개, 대전 24개, 광주 21개, 제주 21개, 세종 4개 순이다. 2018년 문을 연 울산시립도서관을 포함하더라도 세종시를 제외하면 울산이 꼴찌다. 광역시로 승격한지 20년이 넘었고 수출과 1인당GRDP가 전국 최고인 울산의 경제수준을 고려하면 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인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교육을 후원하고 모든 세대를 위한 폭 넓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지역공동체의 정보서비스센터’이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도서관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한 브라이언 애슐리 영국예술위원회의 도서관 부문 책임자는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심장, 국가발전의 마이크로칩”이라고 했다. 종이책이 쇠퇴하고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독서는 여전히 가장 유효한 지적활동이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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