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아직 5월 봄을 보름 가량 남겨두고 있지만, 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반소매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통상적으로 3,4,5월을 봄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여름 날씨를 보이는 곳이 많다. 울산도 지난 주말 휴일 28℃를 웃돌며 벌써 여름더위가 시작됐다. 서울도 29℃ 가까이 올라 올 봄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동해안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이 30℃ 가까이 치솟으며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7월 하순의 여름 날씨로 예년 기온을 무려 7℃나 웃도는 수준이다.

7월 중순에나 어울릴 법한 기온이 약 두 달 가량 앞서 나타난 셈이다,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은데다가 맑은 하늘에 일사까지 더해지면서 기온을 크게 오르게 한 것이다. 여기게 동해안에 위치한 고기압이 만든 동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덥고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어 서쪽지역을 더 뜨겁게 달군 것이다.

봄은 아침기온이 얼마나 올랐느냐와 함께 일 평균기온을 본다면, 여름은 일 평균기온과 함께 한낮에 얼마나 기온이 올랐나를 본다. 초여름은 일 평균기온이 20~25℃이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일 때는 말하고, 여기다 강수량이 집중되면 장마다. 일 평균기온이 25℃ 이상이고, 일 최고기온이 30℃를 웃돌면 한여름이다.

울산의 날씨를 여름 기준으로 적용해 보면 울산은 5월 초반에는 일 평균기온이 15℃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낮 더위가 시작되면서 일 평균기온이 20℃ 안팎까지 오르고 있다. 낮 최고기온도 25℃를 웃돌며 늦봄(일 평균기온 15~20℃, 일 최고기온 20℃ 이상)보다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하게 춥고, 극하게 더운 날씨 패턴이 이어지면서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어있는 봄과 가을의 존재가 얼마나 이어질지 의문이다. 날씨는 벌써 여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 봄의 모습은 우리 곳곳에 숨어 있다. 짧아지는 봄을 아쉽지 않게 만끽하고, 곧 다가올 폭염을 미리미리 대비하자.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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