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문화예술로 하나되는 자리…한국미술계보 선보인다

▲ 본사 창간 30주년 기념전시회 ‘보묵, 근대미술로 오는 길목’전 개막식이 15일 울산박물관 제2전시실에서 열렸다. 엄주호 본사 대표이사와 작품소장자인 오세필 (사)태연학원 이사장, 송병기 울산시경제부시장, 고호근 울산시의회 부의장 등 참석인사들이 개막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김동수기자

운보 김기창 작품 ‘다수’
신문삽화부터 여행화첩까지
시대별 변천과정 비교 묘미
아내 우현 작품 3점도 소개

경상일보가 창간 30주년 기념 전시회 ‘보묵(寶墨)-근대미술로 오는 길목’전이 15일 오후 5시 울산박물관 2전시실에서 개막식을 갖고 시작됐다.

‘정론30년 함께하는 울산’ 슬로건 아래 시민들과 문화예술로 하나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조선조 서화부터 근현대 미술까지 한국미술 계보를 보여주는 140점 미술품이 공개됐다. 전시는 오는 6월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참여가 많았다. 테이프커팅에 이어 내빈과 관람객들은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한 작품씩 이동하며 전시장 내 모든 작품을 감상했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운보 김기창(1913~2001)의 작품이었다. 그의 예술인생 70년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복 입은 예수’ 시리즈, ‘바보화조’ ‘청록산수’ ‘점·선’ 연작은 물론 최초 공개되는 신문 삽화 원본과 여행화첩까지 구성 돼 시대별 변천과정을 비교하며 살피는 묘미를 안겨줬다.

운보의 작품과 함께 그의 아내인 우현 박래현의 작품도 소개됐다. 여성 관람객의 관심이 집중 된 우현의 작품은 ‘달밤’ 등 총 3점이 나왔다. 남편의 빛에 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일찍 타계했지만 그의 조력이 우보의 예술인생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해 주고 있다.

▲ 15일 울산박물관 제2전시실에서 개막한 경상일보 창간 30주년 기념전시회 ‘보묵, 근대미술로 오는 길목’전을 찾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한석봉’으로 알려진 한호(韓濩·1543~1605)의 글씨는 비록 짧은 문구였으나 명필가의 저력을 보여주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당나라 시인 유장경의 작품 중 전장의 병사의 마음을 묘사한 것으로, 한호가 남긴 작은 글씨를 봐야 할 관람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크기를 확대한 실물 복사본을 함께 전시했다. 무엇보다 관람객의 발길은 명성황후(1851~1895)가 쓴 2점의 서예 대련(對聯)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명성황후는 붉은 바탕 위에 총 128자의 단아한 서체로 ‘효제충신(孝悌忠信)’ ‘예의염치(禮義廉恥)’ 의미와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이번 전시에는 명성황후의 글씨와 함께 해당 작품이 명성황후의 것임을 알려주는 2점의 감정서가 같이 소개됐다. 갑자년(1924년)에 쓴 감정서는 이강(영친왕)과 박영효가 쓴 것으로 명성황후의 글을 뒤늦게 접한 두 사람이 ‘명성황후의 진적(眞蹟)’임을 명시하고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금하지 못하겠다’는 등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봉황무늬의 ‘백자청화운봉문호’를 비롯한 백자 2점과 15세기 조선중기의 것으로 보이는 ‘분청자철화당초문병’ 1점도 진열됐다.

엄주호 경상일보 대표이사는 “경상일보의 지난 30년은 울산의 문화와 예술과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간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상일보의 성장을 지켜보아온 오랜 친구들, 울산 시민들이 앞으로 한달 간 지속될 전시장에서 좋은 그림의 향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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