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일간 공사 진동·소음

난 고사·생육저하등 피해

법원, 업체책임 70% 인정

업체측 판결 불복 항소

테크노일반산업단지 토목공사 과정에서 발파작업을 하다가 소음과 진동을 일으켜 인근 난 재배 농가에 피해를 끼친 업체에게 20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11민사부는 남구 두왕동의 한 농원 소속 난 재배 및 판매인 15명이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두왕동 일원에서 난 재배 및 판매업을 하던 원고들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총 264일간 진행된 테크노산단 부지 조성용 발파작업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 등으로 난이 고사하거나 생육이 저하됐다며 공동 사업시행사인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토목공사 시공사인 A사를 상대로 31억1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동 사업시행사는 발파작업으로 발생한 소음·진동과 난 고사 등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며, A사에 토목공사를 일괄 도급줘 공사현장을 사실상 지배하지 않은 만큼 원인자에 해당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A사는 발파작업이 농원과 평균 354m 떨어진 곳에서 시행됐고, 문화재 및 예민 구조물에 적용되는 진동속도를 준수하는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공사한 만큼 작업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한 반면 A사의 책임은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난이 화분 속 자갈에 심어진 상태에서 뿌리를 내리고 뿌리털이 자갈에 착생해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진동으로 화분이 흔들리면 미세한 뿌리털과 뿌리 끝부분에 있는 생장점이 끊기거나 짓이겨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난의 식물학적 특성과 농원의 재배환경 등을 고려해 인체·가축류에 대한 기준치를 적용할 경우 A사는 소음도 허용치를 84일, 진동도 허용치는 103일, 진동속도 허용치는 198일 동안 초과해 작업을 진행했다”며 “특히 식물감정평가원장의 감정촉탁 결과 테이블 위에 놓여진 난이 받는 진동의 영향은 바닥 기준 측정치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시행사들에 대해서는 “전문건설기관이 아니어서 공사로 난 재배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고 공사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아직 난에 대한 소음·진동 규제기준이 없고 A사가 문화재 및 예민구조물에 적용되는 소음·진동 규제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사의 책임을 청구액 31억1800만원의 70%인 21억8300만원으로 제한했다. 한편 A사는 이날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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