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식 대기자 100여명

평균 4년 넘게 기다려야해

기증자 2년간 1명…태부족

24세 윤 간호사 선행 더 빛나

식이조절·운동하며 준비해

혈액암 소아환자에게 이식

▲ 울산대학교병원 간호사가 혈액암 소아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하 골수)를 기증했다.
“제 골수를 받은 아이가 건강을 되찾아 학교도 가고, 즐겁게 뛰어 놀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하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만족과 신뢰를 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겠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 간호사가 혈액암 소아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하 골수)를 기증했다. 20대 꽃다운 젊은이가 가족도 아닌, 생면부지 아이에게 선뜻 골수를 기증한 것. 현재 울산에는 100명이 넘는 골수이식 대기자가 있으나, 2016년은 0명, 2017년 단 1명만이 기증할 정도로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주인공은 울산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윤수진(24·사진) 간호사. 백혈병, 악성림프종, 재생불량성 빈혈, 다발성 경화증 등 혈액종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과 같은 혈액질환은 건강한 조혈 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일치 조직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모와는 5%, 형제자매간은 25%, 타인의 경우 2만분의 1의 확률로 일치한다.

전국 골수이식 대기자는 2017년 기준 4015명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치자의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식 대기자들의 평균 대기일은 1561일이며, 울산은 1489일로 골수를 이식받으려면 평균 4년넘게 기다려야 한다.

윤 간호사는 2013년 간호대학에 진학한 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골수와 장기기증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해 대한적십자회 골수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등록 3년 만인 2016년 조직적합 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식을 준비했지만, 환자 몸상태가 나빠져 기증이 취소됐다. 계속 환자를 기다리던 윤 간호사는 올해 소아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윤 간호사는 식이조절과 운동 등을 하며 골수기증을 준비했고, 최근 성공적으로 이식수술을 마쳤다. 골수이식을 위해서는 기증 전에 백혈구 촉진제를 3일 동안 맞아야 한다. 요통,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이식 중에는 손발 저림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기증자들도 많다.

이처럼 조혈모세포 이식은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현재는 골반채취 방식이 아닌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이 주로 시행돼 크게 어렵지 않다. 헌혈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혈액암이나 혈액질환 환자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인 만큼 가치있는 일이다. 골수를 이식해 주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윤 간호사는 직장 동료와 가족들의 배려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업무에 복귀한 윤 간호사는 “이식전 백혈구 촉진제를 맞을 때도, 이식후 회복중에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이해와 배려가 큰 힘이 됐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서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많은 분이 기증에 나서고, 혈액암 환자들이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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