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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눈으로 본다" 소방관용 음성 전환기술 개발 '엘바'울산과기원 엘바 '제천 건물화재 현장 무전 먹통' 뉴스를 보고 사업 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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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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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소방대원 근거리 통신장비를 개발하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스타트업 '엘바'(ELBA) 구성원들.

위세를 과시했던 대형화재가 잦아들 때면 악전고투 끝에 화마(火魔)를 제압한 소방관들은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영광스러운 칭호는 대체로 그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여건을 감내해야 하는 소방관의 현실과 괴리될 때가 많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새싹기업 '엘바(ELBA)'는 이런 안타까움에 주목했다.

이 업체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통신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 현재 개발 중인 통신장비의 데모 버전. 작은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소방헬멧 앞 유리에 글자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화재나 사고 현장의 아비규환 속에서 소방대원 간 의사소통은 필수다. 그러나 마스크와 헬멧 등을 착용한 소방대원이 여러 소음이 가득한 현장에서 무전기로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

긴박한 현장에서 의사소통 차질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리들의 영웅을 지키는 길'이라고 엘바 구성원들은 생각했다.

엘바는 구주원 대표를 포함한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17학번 동기 3명이 꾸린 창업팀이다.

별을 좋아해 천체 관측 동아리에 가입한 세 친구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애초 별자리를 읽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

그즈음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가 이 기업의 목표를 바꿨다.

구 대표는 18일 "제천 화재 진압 때 무전에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면서 "소방대원들이 정확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스스로 안전을 지키면서도 화재나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엘바의 출발을 설명했다.

엘바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 통신장비를 개발 중이다.

소방대원의 음성을 글자로 변환하고, 변환된 글자를 헬멧 안면 부분에 빔프로젝터로 표현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리를 정확히 전달하도록'을 넘어 '소리를 눈으로 보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모토 아래 '가능(ABLE)'을 뒤집어 만든 '엘바(ELBA)'가 이들의 팀명인 이유다.

201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엘바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해 나갔다.

지난해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과기원에서 청년창업 간담회를 가졌을 때, 엘바는 자신 있게 창업아이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들, 통신을 해결하기 위한 장비네요"라며 관심을 보이면서 "좋은 제품을 만드셨다. 아이디어를 잘 살려서 성공한다면 관심을 두고 돕겠다"고 응원했다.

엘바의 아이디어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 소방대원이 사용하기까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다.

무엇보다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음성 변환(STT·Speech To Text)의 정확성을 개선하고 잡음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 자체적인 음성인식 시스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마스크 등 소방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데다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엘바는 현장의 언어와 발음을 중심으로 '언어 인식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중이다. 실제 소방관들의 소리를 녹음해 기계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울산 중부소방서 범서119안전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소방관들이 직접 사용해보고 훈련하면서 보완점을 찾는 등 통신장비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하나다.

다만 소방대원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장비인 만큼, 아직 다듬어야 할 기술이 남아있다.

이에 엘바는 소방 통신장비 개발을 계속 진행하면서, 그동안 이뤄낸 성취를 민간 분야에 적용할 방법을 모색했다.

어느새 9명으로 늘어난 엘바 팀원들은 인공지능 기반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기술을 개발했고, 피봇팅(사업 방향 전환)을 거쳐 이 기술을 게이머들을 위한 음성채팅 플랫폼 시장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음성채팅 기술은 깨끗한 음원(音源)을 잡아내는 헤드셋이나 마이크 등 하드웨어 성능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엘바가 개발한 노이즈 캔슬링은 사람 목소리를 제외한 다른 잡음을 원천 차단하는 소프트웨어적 기술 진보다.

갈수록 커지는 게임과 음성채팅 시장에 이 기술을 가미한 새로운 음성채팅 플랫폼을 구축, 커뮤니티를 형성해보기로 했다.

'블라블라'(BLABLA)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사업화 아이템과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을 거쳐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이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많은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채팅 기술을 더 다듬고 향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엘바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팀으로 선정돼 오는 7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장을 경험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을 배우게 될 값진 시간도 앞두고 있다.

구 대표는 "음성인식 기술과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기술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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