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베고 암각화 유적은 해발 28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베고 산봉우리 주변으로 약 4만점에 이르는 많은 암각화들이 산재하고 있는 노천 박물관이다. 몽베고(Mont Bego)는 프랑스어 산을 의미하는 몽(mont)과 베고(be-go)의 합성어이다. 베고(be-go)의 어원은 황소 신을 의미하는 ‘be’와 대지의 여신 ‘ge’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메르 신화에서 ‘bel’이란 황소의 모습을 한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신이 볼 수 있고, 아리안 신화에서도 소는 하늘과 번개,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려진다.

몽베고 암각화에서도 소뿔 형상과 번개를 상징하는 검, 경작지 그림이 많이 새겨져 있다. 남신은 황소로 여신은 대지의 여신으로 해석된다.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행위는 신을 숭배하는 의식, 나아가 신의 세계로 입문하는 행위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곳 연구자들은 암각화를 신과 대화하는 기호로 본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접점으로 성산숭배(聖山崇拜)는 고대 신앙에 흔히 볼 수 있다. 하늘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제사장이 높은 산을 오르는 행위는 신과 소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고 산은 수시로 강한 뇌우(雷雨)가 몰려오고 연중 대부분 눈으로 덮여 있다.

몽베고는 이탈리아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메캉투어(Mercantour) 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1979년 프랑스 정부는 메캉투어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1989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를 하고 있다.

▲ 몽베고 산정 호수 주변 암각화. 메이베이유 박물관 제공

암각화 유적은 일반 탐방객들에게 여름철 두 달 정도 개방된다. 매년 7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몽베고와 메캉투어 국립공원을 찾는다.

잔설이 남아 있는 계곡을 따라 유적을 오르는 산길은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계곡을 따라 서너 시간 산길을 오르다보면 울창한 산림은 사라지고 바위와 야생화로 뒤덮인 산정 호수에 도달할 수 있다.

산정 호수 주변에 유적조사 캠프와 산악대피소가 있다. 암각화를 보려면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해야 하고 허용된 탐방로를 따라가야 한다. 이는 암각화 훼손방지 뿐만 아니라 늘 조난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탐방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이다. 탐방로 주변에는 암각화 도면과 설명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상목 울산박물관장·고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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