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시에서 책읽는 울산으로
(2) 국내외 눈길 끄는 도서관 탐방 - 서울 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

▲ ‘놀자’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인 다락방. 책장 계단을 오르면 나타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객석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주민들 지역 문화시설에 대한 갈증
100여 가족 후원으로 종잣돈 마련
개관 5년만에 장서 7000여권 갖춰
공동육아 조합원들 책장 손수 제작
도서관 곳곳에 애정과 배려 묻어나
26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나서 운영
마을살이 즐거움 함께 나누는 공간

서울시 광진구는 한강변을 따라 초고층 아파트가 자리하면서 새로운 중산층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 아차산과 한강을 끼고 있으며, 어린이대공원까지 가지고 있어 매우 훌륭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조금만 방향을 틀면 생활 여건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일반주택지 일대에는 문화시설, 어린이 혹은 청소년 시설이 부족하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단위의 아담한 공간을 갈망했다.

모든 연령대가 고루 이용하면서도 마을살이에 필요한 교육도 하고, 엄마들이 아이를 편안하게 데려올 수 있는 곳을 원했고, 도서관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는 그렇게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됐다. 올해 개관 5년 차를 맞았고, 장서 7000여권을 갖춘 어엿한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도서관 설립을 위해 모인 주민들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동네에서 작은 도서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100여 가족의 후원으로 3500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았다. 여기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공간사업비를 지원받아 도서관 내부 공간을 단장했다.

2014년 10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곳곳에 특별함이 묻어난다. 그 중 하나는 책장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다락방이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곳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객석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도서관에 있는 책장은 공동육아 조합원인 아빠들이 손수 제작했다. 책을 꺼낼 때,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곳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이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현재 도서관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는 총 26명으로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자원활동 전에는 반드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곳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어떤 철학을 가진 공간인지 서로간의 동의가 있어야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놀자’의 송년회 모습.

도서관 건립 당시부터 자원활동가로 일해 온 이지인씨는 “누군가와 만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나아갈 방향이 정리되면서 스스로 성장한다”면서 “이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독특한 규칙이 있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가 직접 신청해야 하고, 어른은 그림책을 빌릴 수 없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는 힘을 길러내기 위해서 부모가 대신해서 책을 빌려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 ‘놀자’에 있는 책장은 공동육아 조합원인 아빠들이 손수 제작했다. 책을 꺼낼 때,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곳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이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이곳 자원활동가들은 “작은도서관 ‘놀자’가 동네의 중심이 되어 마을 의제들을 논의하는, 그래서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가꾸어가는 사랑방이 되면 좋겠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드나들면서 책과 친해지고, 부모들도 도서관을 통해 배움의 기회가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