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취임 10개월간 청렴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온정적이거나 관행적인 것들과 싸움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김도현기자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다. 노옥희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울산교육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교육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스승의 사명과 울산교육의 미래를 진단해보기 위해 노 교육감을 이슈인터뷰에 초대했다.

학생·학부모는 교사의 전문성에 믿음 갖고

교사는 성적만이 아닌 전면적 발달 도와야

체육·예술등 기타과목의 중요성 날로 고조

마을교육공동체·혁신교육지구등 운영 추진

학부모 부담 줄이고 교육복지는 상위권으로

야자 자율화·학생참여예산제등 자율성 높여

-스승이란 단어가 무색한 시대가 됐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스승의 날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무너지면 어떤 교육적 효과도 내기 어렵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성적이다. 교사는 인간에 대해 전면적으로 발달시켜주는 존재여야 한다. 상급학교에 잘 진학하기 위한, 그런 과정에 겪어가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사 스스로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믿음이 있어야 교육이 가능하다. 제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늘 한가지 잣대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한계가 있지만 교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이 교사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 시대에 교사로 사는 것에 대한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교육에 대한, 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법은.

“먼저 교사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그리고 학부모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그 전문성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교사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시험도 객관성을 담보하는 단편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정해진 답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공부가 아니다. 평가 방법을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으나 늘 신뢰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에 동의하고 적극 지원하지만, 가르치고 평가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전적으로 교사를 믿어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결코 질이 낮지 않다. 간혹 이상한 일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교수법이나 과정형 평가 등에 대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전문적학습공동체 등 새로운 정책들도 펴고 있다.”

-교사 뿐 아니라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다.

“취임한지 10개월이 지났다. 청렴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온정적이거나 관행적인 것들과 싸움을 계속해왔다. 그동안에도 강력한 대책은 있었지만 대책만 있고 시행을 안했기 때문이다. 해임이나 파면 등의 결정을 내릴 때는 힘들고 마음도 아프다. 하지만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단호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 없이는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교육계에서도 근래들어 창의융합교육이 중시되고 있으나 교육현장은 쉽게 안바뀌는 것 같다.

“우리 교육이 주요과목과 기타과목이라는 분류로 교과목에 잘못된 위계를 정해놓고 있다. 예술 등 기타과목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결코 주요과목인 국영수보다 덜 중요하다 할 수 없다. 예술은 잠재력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중요한 교육이다. 그 나이에 배워야 할 것들, 바느질, 요리, 목공 등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는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삶을 가꾸는 학교’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을 목표로 지역사회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민예총·예총과 함께 예술교육을 학교에 접목하는 한편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도 만들어가고 있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혁신교육지구도 운영하려고 한다.”

-비슷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성적에 반영이 안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흐지부지되고 만것 아닌가.

“지필 중심의 평가를 벗어나 문제해결 능력을 보는 평가로 바뀌고 있다. 대학에서도 전공과 부합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를 평가한다. 수시에서는 학생부 종합평가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

-인성교육에 돌봄, 방과후 학습까지 학교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일까지 학교에 너무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돌봄이나 방과후학습 등은 일하는 부모들의 호응을 받고는 있으나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 있을까는 회의적이다. 마을 전체가 아이를 돌보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제도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부모들이 일찍 귀가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잘 되고 있나.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아직은 모범적이라 할 수는 없다. 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오성시 등은 방과후 학습을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다. 서울시는 학교 화장실을 모두 고쳐 주고 학교사회복지사도 전 학교에 배치하기로 했다. 다행히 울산지역 자치단체장들도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점점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이 올해 교육계의 이슈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게 우리 정치 풍토다. 공통분모를 찾고 합의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데 쉽지 않을 것이다.”

-청운고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문제가 당면과제다.

“청운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이미 완료됐다. 6월 결과 발표만 남아 있다. 평가지표 상으로는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서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 자사고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사고는 예고·체고·과학고와 같은 특목고와는 다르다. 혁신학교 등 일반고도 자사고 만큼 좋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많다.”

-학교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많은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내진보강률은 전국 평균(34%)를 훨씬 넘는 75.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미세먼지에 대비해 올해 안에 공기청정기를 전 학교에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전 때문에 학생들의 특별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안전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스스로 안전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안전한 놀이터가 아니라 적당한 위험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좋은 놀이터’라는 말도 있다.”

-학교내 성폭력도 최근들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몇가지 드러난 사건도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본다. 누구나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피해자 중심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하고 있다. 관리자 연수와 성인지교육팀 운영 등으로 예방책도 강구하고 있다.”

-지난 10개월의 성과를 꼽는다면.

“전국에서도 가장 높았던 학부모 부담을 대폭 줄여 교육복지를 전국 상위권으로 올려놨다. 교육계의 청렴부문도 많이 좋아졌다. 야간자율학습을 말그대로 자율로 하도록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행복해 한다. 학생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음은 수업을 바꾸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앉아 있지만 수업을 받지 않는 학생이 많다. 교사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교사, 교육위원, 교육감을 두루 거치면서 교육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는가.

“학교 있을 때는 학생들만 봤다. 학생들 한명한명이 중요했다. 교육위원을 할 때는 제도적인 것을 주로 보면서 많은 주장을 해왔다. 옳은 이야기를 하는 것과 실지로 해내는 것은 많이 다르다. 지금은 논평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감으로서 꼭 하고 싶은 한가지를 꼽는다면.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이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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