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서부권 경제의 중심이 바로 언양알프스시장(언양공설시장)이다. 군은 지난 2016년부터 알프스시장의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이 없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서부권 압축도시의 시범지역이라고 할만한 이 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울산 경제의 한 축을 제외시켜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과 군수는 열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언양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언양알프스시장은 원래 ‘언양장’으로 불렸다. 그런데 2010년 KTX울산역이 생기고 난 뒤 언양장이 ‘언양알프스시장’으로 바뀌었다. 언양장은 19세기에도 2일, 7일에 장이 섰던 것으로 기록에 나와 있다. 이 언양장에는 숯과 미나리, 불고기 등 언양 아니면 접할 수 없는 품목들이 많았다. 울산을 비롯해 청도, 밀양, 동래, 양산, 경주, 영천까지 7개 고을의 산물이 모이는 장이라고 해서 ‘7읍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언양장이 출처도 없는 이상한 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울주군수는 영남알프스에 꽂혀 일대의 지명들은 모두 ‘알프스’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일례로 작천정 뒷동네인 등억마을도 ‘알프스리’로 바꿨다.

관광산업은 역사와 전통, 그만의 특색을 지녀야 성공할 수 있다. 울산시민들은 아직도 ‘언양장’으로 부르지 ‘언양알프스시장’으로 부르지 않는다. 이름도 생소한 ‘언양알프스시장’이 과거 7개 고을의 산물이 모였던 100년 전통의 언양장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하겠는가. 관광시장은 전국 어느 곳에 가더라도 다 있지만 그 지역마다 특별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불고기로 유명한 언양의 장을 찾는 것이 상식이지, 어딘지 모르는 알프스 시장을 찾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언양장은 장이 서지 않은 날이면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5일장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공간확충과 고객편의시설 건립, 주차장 조성 등이다. 시장 상인들의 점포를 보면 1970년대 나무 칸막이 위에 천막으로 지붕을 얹은 형태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토속적인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손님들이 불편하면 외면할 뿐이다.

울산시가 언양장 인근 도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반갑지만 백년하청으로 세월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근 KTX울산역 인근은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언양장만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면 또 다른 강북과 강남의 편차를 가져올 것이다. 울산 서부권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언양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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