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울산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22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범시민 촉구대회’은 정파와 종교를 떠난, 오로지 울산의 염원만을 가득 담아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기업은 기업대로 세계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숙명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기업을 지역에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울산시민들의 염원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 사이에 접점이 찾아진다면 울산은 분명 혁명적인 전환기에 설 수 있다.

이날 촉구대회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선두에 서서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을 만류했다. 황세영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인 이채익·박맹우·김종훈 의원과 심완구 전 시장 등 지역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초당적인 범시민 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2004년 울산에서는 ‘SK(주) 주식 사주기 운동’이라는 색다른 캠페인이 벌어진 바 있다. SK(주)가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주식을 사주는 운동이었다. 울산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한 이 운동은 외국계 투자회사인 소버린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운동이었다. 또한 울산시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었고, 그 동안 울산지역을 위해 애쓴 SK의 노고에 응답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과 SK의 공통점은 두 기업 모두 울산에 큰 애정을 갖고 있고, 시민들도 예나 지금이나 무한한 애정과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동구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전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이 미쳐왔다. 이는 다시 말하면 그 동안 세계 경기의 악순환으로 말미암아 울산지역 경기가 큰 침체기에 빠져있었지만 선순환의 고리가 다시 연결된다면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이경우 박사는 “한국조선해양의 서울 이전은 울산 연구개발역량의 감소를 초래해 미래신성장동력 축소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리는 울산시민의 염원과 기업의 발상전환이 합쳐진다면 새로운 기원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시민들은 울산시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 시 원할한 경영활동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을 적극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기업을 붙잡아 두려는 시민들의 염원이 이렇게 간절한 적은 없었다. SK 주식사주기 때도 열 일을 제쳐두고 범시민운동에 동참한 일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여부는 울산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또 한번의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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