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간 울산축제를 정리하고
재조정하려는 시의 축제전략에 기대
문화·관광 발전위한 최선안 도출하길

▲ 홍영진 문화부장

울산의 5월은 축제로 시작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옹기축제와 울산쇠부리축제가 이달 초 일찌감치 치러졌다. 지난 주말은 태화강지방정원의 봄꽃대향연과 한복입은봄페스티벌이 열렸다. 22일 시작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26일까지 열리고, 같은 주말 반구대 집청정에서는 산골영화제가 마련된다. 바통을 이어받은 6월도 마찬가지다. 1일과 2일 첫 주말에는 울산민예총의 민족예술제(도깨비난장)가 이어지고 한 주 뒤인 7일부터 9일까지는 남구의 울산고래축제와 중구의 울산마두희축제가 같은 기간 경쟁하듯 나란히 개최된다. 신임회장 체제의 울산예총은 6월 중순 십리대밭에서 새로운 공연축제 ‘예루하’(예술로 누구나 하나되는 세상)를 선보인다.

축제 행렬은 멈추지않고 연말까지 쭉 이어진다. 본격 여름이 시작되는 7월에는 울산조선해양축제가 기다린다. 올해는 기존의 일산해수욕장을 너머 대왕암을 아우러는 관광축제로 변신을 시도하고 지역 무용인들의 젊은춤꾼페스티벌과 연극인이 주축이 된 대숲납량축제가 8월까지 이어진다. 한여름밤 영화축제와 울산곳곳 릴레이무대를 펼쳐가는 서머페스티벌도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축제는 더 늘어난다. 처용문화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한글문화예술제, 산업문화축제 등 기존의 축제들이 이어지고 올해부터는 종합공연예술축제를 표방하는 프롬나드페스티벌이 가세한다. 10월 시작 돼 한달여 지속되는 울산예술제가 끝날 즈음이면 시간은 어느덧 겨울 길목으로 접어든다. 10월 초 울주오딧세이로 시작된 영남알프스의 가을축제는 은빛물결 억새축제로 장관을 연출하고, 태화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에서 열리는 눈꽃축제에 이어 연말 제야송년축제와 새해 첫 날 간절곶해맞이축제까지 마무리되면 비로소 기나긴 축제 행렬이 일단락된다.

울산의 축제 일정은 대표적인 것만 간추렸는데도 이처럼 숨가쁘다. 하지만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962년 2월 울산공업단지 조성 이후 울산은 전국에서 몰려 든 근로자와 그 가족들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울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이웃으로 지내게 됐지만 각기 다른 말씨와 몸에 밴 지역색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타향살이로 인한 배척과 이질감, 울산토박이들과의 경쟁과 반목이 지역갈등을 양산하는 원인이 됐다. 1960년대 후반 도시민 화합을 위한 울산공업축제도 이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다.

반세기가 지난 현재는 세대교체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전통을 잇거나 화합을 위한 목적성 축제 보다는 유희를 도모하는 축제 본연의 기능에 치중하는 축제가 각광 받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기호를 두루 고려하는 백화점식 구성을 벗어나 민속, 영화, 먹거리, 거리문화, 음악공연 등 단일 주제의 특화된 축제로 분화하고 세분되는 추세다. 1997년 울산광역시 승격으로 기초단체 축제까지 추가되며 축제는 더욱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앞서 밝힌 울산의 축제 행렬이 만들어 진 이유라 하겠다.

울산시가 이같은 반세기 울산축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용역사업을 곧 추진한다. 양적으로 팽창한 이 모든 축제를 도시문화와 관광발전을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재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도시의 축제틀을 바꾸는 작업은 성공하기가 쉽지않다. 사회 전반의 개인과 단체가 축제사업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선택과 집중으로 축제를 조정하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늘 적정선에서 무마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울산시의 축제 전략이 지역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문화와 관광을 다잡는 최선안이 무엇일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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