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울산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마디로 울산은 초토화 된다.

지난 23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진재난 극복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재로 열린 지진방재포럼은 실제 상황을 전제로 한 심포지엄이었다. 이 심포지엄을 토대로 울산시가 수립하려고 하는 울산시 지진방재종합계획은 자칫 자구(字句)와 형식에 치우친 서면상의 허울좋은 계획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토론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울산대 김익현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울산 석유화학단지 재해의 특성은 고온, 고압의 연속공정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하면 가연성 액체·가스·유해화학물질 등이 대량으로 저장돼 있거나 취급되고 있고, 연쇄폭발·화재 등의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의 설비 노후화는 극히 심한 상태로, 25년 이상이 60%, 40년 이상이 17%나 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매설배관은 1000㎞ 이상이 노후화돼 있다.

지진이 발생해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경우 시청에서 여천단지까지 4.5㎞, 시청에서 석유화학단지까지 5㎞, 시청에서 온산단지까지 10㎞는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다 석유화학단지 내 위험시설 1600여개 가운데 20% 정도는 비내진시설이다. 5t 이상의 고압가스 저장탱크와 3t 이상의 액화석유저장탱크 중 33%가 모두 비내진시설이다.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동북대지진의 경우 수십층 높이의 구형(球形) 저장탱크 지지대가 내려앉고 말뚝기초가 없는 지상배관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 와중에 고압가스와 화재가 발생하면서 그 일대의 석유화학단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다.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정지범 교수는 방재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울산지역 지반에 대해 직접 시추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시가지나 국가산단 등 매립지의 액상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울산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난은 지진이었다. 그 다음이 원전사고, 화재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면 원전사고와 화재는 지진이 촉발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울산시민들은 97.6%가 지진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반면 전국적으로 지진을 경험한 국민은 61.9%밖에 안됐다.

울산은 한마디로 지뢰밭이다. 시는 지진방재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세부시행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한다. 지진만큼 시민들의 삶을 흔들어버리는 재앙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모든 행정력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