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울산지역사회의 최대 관심사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적분할에 따른 중간지주 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에 두겠다는 현대중공업의 방침에 대해 노조는 물론 울산시민들이 하나같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발벗고 나섰다. 노조와 시민단체를 넘어 기관단체장들과 국회의원까지 나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울산에 두도록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정당한 기업활동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처럼 울산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울산 경제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텅빈 방어진 바닷가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로 일구어낸 기업으로, 정 회장의 남다른 ‘기업가 정신’과 오늘의 울산을 있게 한 ‘현대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본사를 울산에 둔 유일한 대기업이자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산업수도 울산의 정신적 지주인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본사는 울산에 그대로 있고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에 따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만 서울에 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울산시민들에게는 결국 주력 생산공장만 있는 현대자동차와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상 현대중공업 본사는 머리가 없는 몸통에 불과하고, 투자·연구 방향 및 지역사회 기여 등의 중요한 결정은 한국조선해양이 하게 될 것이므로 울산시민들의 인식이 크게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용이나 여론 몰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노조의 반대 투쟁이 점점 과격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파업을 하면서 안전통로를 막는다거나 골리앗 크레인 레일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거나 예고없이 전원·가스를 차단하는 등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설립이 결정되는 주총이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리는 31일에는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과격한 업무방해나 폭력행위가 아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을 설득하러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국가균형발전과 도시성장 잠재력 하락, 우리나라 제조업의 뿌리인 울산의 위기와 지역 협력업체들의 불안 등 국가적 비전에 역행하는 현실에 대한 정부의 자각을 일깨우고, 조선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울산과 더불어 성장해온 현대중공업을 설득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지지를 보내야 할 때다.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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