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책, 독서소모임 - (2) 물푸레독서회

▲ 울산시 중구 성안동 카페 물푸레에서 ‘물푸레 독서회’ 회원들이 배혜숙 지도작가와 함께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카페 물푸레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 2015년부터 책읽기 모임 시작
14명의 회원 매달 한차례씩 독서회
배혜숙 지도작가가 책 선정 주도
다양한 장르 책 접할 기회에 방점
독서기행·저자 강연등도 함께 해

물푸레독서회는 카페 물푸레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 2015년 6월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카페 물푸레는 사회복지법인 물푸레복지재단이 미혼모 자립지원을 위해 만든 곳이다. 독서회는 초창기 멤버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매달 다양한 장르의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독서모임이다.

◇작품론에서 작가론까지

지난 13일 오후 7시 울산시 중구 성안동 카페 물푸레. 독서회 회원들이 ‘ㅁ’자 형태로 배치된 책상에 둘러앉았다. 배혜숙 지도작가가 중심이다. 이날 선정된 책은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이란에서 태어나 여섯 살에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 마리암 마지디의 자전소설이다. 두 나라 문화 사이에서 느꼈던 정체성 혼란 등을 소설에 담았다. 마지디는 이 책으로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주제는 무겁지만 읽기는 어렵지 않다.” 배혜숙 작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배 작가의 작품 설명에 이어 회원들의 서평이 이어졌다.

이영란씨는 “제목에서 왜 수업이라고 했을까. 굉장히 궁금하더라. 언어가 민족성을 나타내고 문화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주제는 무거워도 내용 자체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독서회에 참가하고 있는 강준희(태화초 4학년)군은 “제목을 보니 페르시아 수업인데,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해서 머리가 아프겠구나 했는데, 책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또 읽고 만료일까지 다 못 읽는 그런 참사가 벌어져 아무도 오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읽어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페르시아어와 프랑스어 사이에 갈등을 겪는 그런 이야기를 다룬 거라는게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독서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미정 중구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작가가 1980년생이다. 작년에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태아의 시점으로 뱃속에 있으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1인칭의 태아 시점은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미혼모의 집 물푸레 박숙영 원장은 “글 내용이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책에 ‘이야기를 수집하고 살고 싶었다. 멋진 이야기들, 수집한 이야기들을 가방에 담아 다니다가 적당한 순간이 오면 주의깊게 듣는 귀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법에 홀린 듯 빠져드는 눈을 보고 싶었다. 모든 이의 귓가에 이야기의 씨를 뿌리고 싶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너무나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배 작가는 “하이데거가 그랬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다. 언어로 나타낼 수 있는게 존재니까. 요즘 우리나라 언어들이 변질되고 있다. 땅하고 가까이 사는 농부들이 쓰는 언어들은 폭력적이지 않았는데, 땅하고 멀게 살면서 언어들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서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됐고, 배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를 꼽았다.

◇타인의 생각을 경험하는 곳

물푸레독서회는 매월 첫째주 월요일에 모인다. 이날 여러 사정으로 모임이 열리지 않으면 그 다음주로 미뤄 운영된다.

물푸레복지재단 소속 직원들도 있지만 일반 회원도 참가하고 있다. 책 선정은 주로 배혜숙 작가가 맡고 있다.

배 작가는 “소설을 읽었으면 다음에 인문학, 과학, 돌아가면서 동화도 많이 읽고, 섞어가면서 책을 선정한다. 책이라는게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읽는데, 독서회에 오지 않으면 다양한 책을 읽기가 어렵다. 그런거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계기로 절대 읽지 않을 책, 그런 것을 한 번씩 읽는다”고 책 선정 기준을 이야기했다.

독서회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독서동아리지원센터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돼 동아리 책도 구입해 회원들이 같이 읽기도 하고 공연도 봤다. 배 작가가 쓴 책을 따라 기행도 했다. 지난해에는 저자강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김미정 과장은 “독서회에서는 꼭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독서회 회원들은 기억에 남는 책으로 독서회의 첫 책인 고미숙 작가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꼽았다. 지난해 물푸레복지재단의 인문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 작가를 초청했는데, 회원들은 첫 책의 작가도 만나고 사인도 받았다.

구정화 중구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독서회로 4년차를 맞는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독서회 모임이 배 작가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한다”고 웃었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이 캠페인은 울산광역시, 울산시교육청, 롯데케미칼, 한국동서발전, 한화케미칼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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