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때마다 교육정책도 변화
아직도 계속되는 역사적 이념논쟁
중심 못잡는 교육계 슬픈 자화상

▲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기자회견을 통하여 “교육과 대학의 혁신은 자율, 자치와 개방적 가치, 그리고 다양한 상상과 도전을 통해 가능하다”며 교육부가 펼쳐온 규제, 통제, 간섭 등 기계적이고 관습적인 관료 행정으로는 새로운 교육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이제 수명을 다한 조직으로서 창조적 파괴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교육부 폐지를 밝혔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책 또한 바뀌어 왔다. 과연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국정교과서 채택 여부를 놓고 벌어진 이념논쟁은 결국 정권 차원의 정책대결로 비화되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적 이념논쟁의 상처는 아프고 쓰라리기만 하다.

또한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제도(수능시험)의 잦은 변경으로 수많은 입시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따른 문제는 마치 쓰나미처럼 무서운 후폭풍으로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벌어진 ‘누리과정 사태’도 중앙정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예산 확대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갈등으로 애매한 어린애들만 고통을 안겨줬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에 따른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부담도 똑같은 문제다. 작년 10월 취임한 교육부장관이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것을 1년 앞당겨 발표하면서 갈등을 야기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일정에 따른 정부의욕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무상교육 발표 내용 중 자사고와 특목고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도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6만8000여명의 학생이 무상교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볼 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자립형사립고인 현대청운고등학교와 특목고인 울산예술고등학교가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되어 정부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자사고는 초기에 전교조와 진보단체로부터 귀족학교란 비판을 받아 왔지만 현재 지역 명문고로 성장발전해 왔다. 전국적 모집으로 타 시·도의 우수학생 유치 및 지역의 우수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마련한 것은 지방교육균형발전에 이바지한 것이라는 평가가 높다. 그러나 최근에 각 시·도 다수의 진보 교육감의 진출로 인해 교육평준화란 명분 하에 자사고를 재평가 지정하는 정책 변화로 그 존폐위기에 있다. 특히 서울지역은 자율형 사립고의 대안으로 입시위주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과 토의식 수업을 지향하는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많은 학교와 학부모들이 교육의 하향 평준화라 하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교육계에 친일적폐 청산이라 하여 추진 중인 혁신학교 확대와 친일교가(校歌) 교체 등이 새로운 이념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 교정에 심은 향나무가 일본 향나무라 하여 뽑아 버리고 역대 교장 선생님들의 사진이 일제 강점기 때 재직했다 하여 내리고, 학교 설립자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친일 세력이라 하여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은 우리 교육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24일 한국장학재단 심포지움에서 대학교육의 혁신을 주제로 학생대표가 발표한 내용은 대학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졸업 이후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것을 배울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 지식의 창고로서의 역할만 있고 학생 입장에서 정말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한 교수는 “우리교육이 붕어빵을 만드는 자동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고 지적하며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 어떤 철학과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대학은 늙어가고 있다. 대학재정의 악화로 신임교수를 뽑지 못하여 50대 이상의 교수 비율이 60~70% 에 이른다. 현재와 같이 무너진 교권과 이념적 편향에 따른 교육정책의 변화로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정말 이 나라의 교육은 미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