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위한 주총이 열릴 한마음회관 앞에선 벌써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노조는 이틀째 주총장을 점거하고 농성 중에 있다. 전면파업도 시작했다. 사측은 노조 간부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퇴거요청을 하고 있다. 경찰은 기동대 2000여명을 배치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황세영 시의장, 전영도 상공회의소 회장, 6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29일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시민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28일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지역에서는 동울산청년회의소(JCI)와 동구주민참여소통위원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동구지부 등 지역주민들이 동구청 광장에 모여 촉구대회를 열었다.

울산상공회의소와 민주노총, 공공기관과 사회단체는 결과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는 물적분할을 반대하고 지역사회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울산이 아닌 서울에 설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 반대하며 현대자동차를 빙둘러싸는 인간띠잇기를 하던 상공회의소와 외식업중앙회 등이 민주노총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어쩌면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을 일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전국지들이 ‘울산지역 정치인들의 어깃장’이라는 비판을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울산지역에서는 언론도 한국해양조선의 본사를 울산에 두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조선업은 ‘산업수도 울산’의 중심이며, 현대중공업은 오늘의 울산을 있게한 ‘현대정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기업결합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절차를 진행 중이던 현대중공업으로선 예상치 못한 큰 반발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할 때 물적분할을 통한 합작법인 설립을 전제로 하고 있었고, 그 법인의 사무실을 서울에 두는 것은 그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이전하는 것도 아니기에 회사측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울산지역 전체의 반발은 예상치 못한 돌발사건일 것이다.

주총까지 겨우 이틀밖에 시간이 없다. 이대로 주총을 밀어붙이다가는 더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회사측은 물론 노조를 포함한 지역사회도 일단 발걸음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자칫 정치권이나 지역사회가 노조를 부추기거나 직접 과격한 행동을 드러내는 것은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속도를 늦추고 일방적 요구나 주장이 아닌 회사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회사측도 울산시민들의 의견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묵묵부답하면서 예정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현대중공업은 50여년에 걸쳐 울산시민들과 더불어 동고동락하며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일구어온 기업이다. 회사측이 먼저 대화의 실마리를 내놓아야 한다. 손을 맞잡으면 해법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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