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지난 몇 년간 울산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조선산업이었다. 조선업의 위기로 인해 지역에서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했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됐다. 지난해부터는 조선업이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는 기능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로 인해 타 지역으로 흩어진 숙련 인력을 다시 영입하기도 어렵고, 언제 다시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에 새로운 인력들을 유입시키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중앙정부,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힘을 모았다. 고용노동부와 울산시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고 시의회도 흔쾌히 협력했다. 그만큼 지역이 조선업과 그 대표기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장의 인력난이 어느 정도 개선되어가자 또 다른 이슈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의 회사를 물적 분할해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현대중공업을 신설하려는 것이다.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신설되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가 된다.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연구개발과 관리기능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의도는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주회사의 새로운 입지가 서울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최고의 조선도시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지역사회는 경영관리와 연구개발 기능이 없는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현대자동차, SK에너지, S-OIL 등의 본사는 울산에 있지 않다. 울산은 이들 기업의 주력 ‘공장’이 위치한 도시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걱정은 울산만의 것도 아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공기업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통해 비수도권에 자리잡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공사 등을 포함해 11개다. 나머지 89개의 기업 중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이 무려 89%인 79개에 이른다.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10개 기업은 경남에 3개, 경북과 충남에 2개, 부산에 1개가 각각 위치해있다. 그리고 남은 2개가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과 LS니꼬동제련이다.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이전하려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경쟁력에 핵심적인 우수한 인재를 비수도권에서는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울산에서는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진학을 위해 울산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고 이 중 많은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린다. 또한 한번 떠난 많은 청년들은 그 곳에서 일자리를 잡아 울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울산에 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들이 선호하는 직무는 관리와 연구개발인데 이러한 일자리가 적다면 지역 대학에서 인력 공급을 늘려도 이들을 울산에 정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울산대학교의 취업률 또한 전국 평균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결국 지역에 선호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우수한 인력이 유출되고, 우수한 인력이 없어서 기업이 떠남으로써 일자리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이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러한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인재와 기업이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은 모두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정부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 정책으로 인해 울산은 매출액 순위 83위인 한국동서발전과 여러 공공기관들을 유치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울산의 대표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훈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