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강점인 제조산업 기반으로
‘산업SW 인재’ 육성·발굴에 주력
새로운 산업사회에 적극 대응해야

▲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늦은 해가 뜨는 계절의 아침에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전철역에서 쏟아져 나왔다. 잠시 뜸한가 싶다가 다시금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왔을까? 내가 타본 2호선 전철이 아닌 다른 기차가 실어왔을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이, 사람들은 각자의 거대한 빌딩들 속으로 사라졌다. 구로디지털단지의 덩치 큰 빌딩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일시에 보는 것은 또다른 놀라움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어느 특정 시간에 울산의 동구와 명촌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구로디지털단지는 경제 발전을 위해 1964년 제정된 ‘수출종합단지개발조성법’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최초 공업단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며 ‘한강의 기적’에 공헌한 우리 역사의 중요한 장소다. 단지는 2000년도 이후 지식정보산업중심의 디지털단지로 변화를 이뤄 대한민국 IT산업의 최대 집적지로 변모해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서울 구로구청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1만 여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2만 7000명의 근로자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업수도 울산에는 우리의 과거, 현재와 함께 하고 미래를 함께할 중추적인 기업들이 많다. 우리나라 제조 산업의 핵심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현재를 일궈왔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최고의 회사임에 틀림없다. 이 중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수가 약 7만명(사람인, www.saramin.co.kr)인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직감할 수 있다. 물론 근로자 개인의 차원에서 고려할 요소들은 회사의 규모, 근로 환경, 급여 조건 등 다양하지만 전체 규모면에서 가늠해 보고자 한다. 한 지역에서 10만이 넘는 사람이 IT산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IT산업 또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인 듯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SW인력은 약 37만명(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17년 기준, https://spri.kr) 정도라고 한다. 물론 구로디지털단지가 IT산업의 집적지라고 해서 모든 근로자가 직접 IT산업과 연계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또한 생산을 위한 지원 업무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전체적인 수의 규모에서 판단해 보고자 한다.

최근 울산은 현대중공업 불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중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2025년까지 인력의 20%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경제의 흐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또 다른 도전에 대응해 가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산업에서 IT는 제품 생산을 위해 지원하는 정도에서 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IT가 제품의 일부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IT 분야에서 ‘임베디드시스템(embedded system, 어느 제품이나 장비에 전자부품이나 컴퓨터가 내장되어 진다는 개념)’으로 일컬어지면서 냉장고, 세탁기같은 가전제품에 탑재되었던 컴퓨터는 소형화되어 우리 주변의 모든 부분에 탑재되고 있다. 이제는 IoT(Intenet of Thing, 사물인터넷)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그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그 적용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또한 생산공정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IT는 생산라인과 로봇 그리고 기존의 정보시스템들을 연결해 더욱 똑똑한 공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 필수적인 부분이 IT을 구현하기 위한 SW인력이다. 정부가 ‘사람 투자 1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소프트웨어 인재 2만명 양성을 제시한 것도 현재 흐름에 대응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업SW’(논의 필요성이 있으나 현장에서 이용하는 용어임) 인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울산의 강점인 제조산업을 기반으로 ‘산업SW인재’ 양성의 틀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는 다른 도시의 IT산업과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변화와 함께 발전하는 일자리 형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제 2의 디트로이트가 되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시장님의 투혼에 열열한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울산의 강점을 발굴하는 노력 또한 병행되었으면 한다.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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