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를 서울로 옮긴다.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본사를 울산에 두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장이었던 한마음회관이 노조에 의해 점거되자 울산대학교로 장소를 바꿔 주총을 개최,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반대했던 물적분할은 물론이고 울산시민들이 반대했던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서울 설립도 모두 예정대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회사측으로서는 “물적분할은 기업결합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중간지주사의 서울 본사는 효율적 경영관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겠으나 울산시민들의 상실감은 적지않다. 현대중공업은 곧 ‘산업수도 울산’의 뿌리이자 울산시민의 자긍심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시의장이 삭발까지 단행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울산에 두어야 한다고 호소했고, 지난달 31일 주총결과에 대해서도 시와 시의회가 유감을 표명했다. 시민들의 우려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성의 있는 답변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점점 심각해지는 노사갈등이다. 노조는 즉시 “중대한 절차위반”이라고 주장하며 “3일 전면파업을 시작으로 주총 무효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조선경기 회복에 힙입어 위기극복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던 현대중공업이 노사갈등에 따른 뒷걸음질로 다시 위기국면에 접어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두 기업이 합쳐지면 중복 업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그에따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측이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을 약속한다”고 밝혀왔지만 노조를 설득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주총이 통과된만큼 회사는 보다 구체적인 고용불안 해소책을 내놓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노조도 파업이나 주총 무효 투쟁이 아닌 노사대화를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할 때다. 현실적으로 물적분할 없이는 기업결합도 불가능하다. 물적분할 반대 보다는 실질적으로 한명의 일자리라도 더 지키는 것이 지금 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은 회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임은 부정할 수 없다. 기업결합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물적분할이 진행되기 때문에 비로소 기업결합의 첫단추를 끼운 것에 다름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장실사가 남아 있고 중국, 일본, 유럽 등 한곳이라도 반대하면 기업결합은 물거품이 된다. 노사 화합과 지역민들의 협조, 그리고 그것을 위한 현대중공업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4박자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조선산업의 미래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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