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태화강 상류인 대곡천 일대에 대한 역사관광자원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활용해 그 동안 잠재워져 있던 유산의 가치를 일깨운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은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문화재는 인공을 가하면 본질이 죽고, 본질을 살리면 관광이 안되는 이면이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은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소중하다고 문화유산을 마냥 묻어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자원화의 절묘한 접점이 있기 마련이다.

대곡천 일대에 대한 ‘역사관광자원화’는 어떠해야 하는 것인가. 우선 대곡천 일대 자연은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원칙을 지켜야 한다. 굳이 인공을 가미한다면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작은 오솔길을 만든다거나 가파른 목책계단을 완화하는 수준까지만 허용해야 할 것이다. 대신 관광객들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곡천에 대한 홍보를 보다 효율적·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대곡천과 관련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공룡발자국만 생각할 뿐 대곡천 일대에 대한 문화와 역사는 모를 뿐 아니라 알려주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작 고려말 정몽주가 자주 찾았던 반구대와 인근의 유서깊은 대곡마을의 역사,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대곡천변 선사인들의 삶 등은 상대적으로 큰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곡천 역사관광자원화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대곡천을 통시적, 개괄적으로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천의 생성, 지질과 암석, 대곡천변 수목(樹木), 대곡천 물을 먹고 살아온 동물들의 종류, 마을의 형성과 주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곡천변의 풍혈(얼음굴), 천전리각석 중턱에 살았던 대호(大虎), 반구대 인근을 뒤덮었던 죽림 등은 반구대 암각화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대곡천 인근은 이미 도로와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행여나 불필요한 전망대, 관광용 인공시설물 등을 자꾸 만들다 보면 유네스코 등재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고의 역사관광자원화 사업은 대곡천의 가치를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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