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선
사회적 이익 극대화 고려해야
지역사회와 상생 고민도 필요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나날이 신록이 짙어가고 있다. 때마침 치러진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울산시민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행사일정은 5일에 불과했지만 관람객 수가 12만 명이 넘었다. 5월을 대표하는 울산 장미축제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울산의 5월이 장미축제로 즐거웠던 반면, 우려스러운 소식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소식에 지역 전반이 어수선하다. 물적분할의 성격과 신규로 설립될 중간지주회사를 어디에 두는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회사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리 모두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물리적인 충돌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전개될 일들이 심히 우려스럽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CSR은 기업의 영리추구 과정에 환경, 윤리, 인권, 사회공헌 등 사회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도 사회구성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례는 적지 않다. 소니, 나이키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환경문제나 인권문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경우 분식회계 등 윤리문제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국내에서도 남양유업, 미스터피자 등 이른바 갑질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관련 사례들은 흔하다.

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많다. 장미축제가 열린 울산대공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역 사례이다. 울산에서 사업을 시작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1995년 울산시의 요청으로 세계적인 친환경 공원을 조성할 것을 약속했다. 1996년 공사를 시작으로 10년 간 1020억원이 투자된 끝에 2005년 시설 조성 후 울산시민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 사이 1997년 IMF 금융위기가 터지고 2003년 소버린 사태로 경영권 상실의 위기를 겪는 등 회사는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다. 소버린 사태 때는 울산시민, 지자체, 상공회의소 등 지역 차원에서 ‘SK 주식사주기 운동’이 펼쳐졌다. 돌이켜보면 지역기업과 지역사회가 서로 돕고 협력했던 바람직한 상생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자신들이 한 약속마저 어겨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역의 모 기업은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부지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을 축소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지역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또 다른 기업은 자신들의 연수원을 지키려고 마음에도 없던 박물관 건립을 약속한 경우도 있다. 결국 박물관은 엉뚱한 지역에 지어지고 해당 기업은 땅값 상승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아무런 말이 없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하고 학계,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들의 호응 속에 ‘소셜밸류커넥트(SVC) 2019’가 열렸다. ‘SVC 2019’가 다룬 핵심 주제는 사회적 가치이다. 사회적 가치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 해석된다. 최회장은 앞으로 ‘사회적 가치 경영은 대세이며 기업의 전략 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앞으로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와 ‘현대중공업 사태’, 2019년 5월 울산의 역사로 기록될 두 키워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유기체이다. 다만 그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기업의 오너나 주주만을 위한 이익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쪼록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기 바란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기업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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