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낮 기온 30℃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일은 단오(端午)다. 우리 조상들은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때를 양기가 넘치는 날로 여겼다. 특히 단옷날은 일년 중 양(陽)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 큰 명절로 삼았다. 정월대보름이 달의 축제라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단오는 중국 초나라 회왕 때부터 있어 왔다. 굴원이라는 신하가 간신들의 모함에 자신의 지조를 보이기 위하여 멱라수라는 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날이 바로 5월5일이었다. 그 후 해마다 굴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져 단오가 되었다.

단오의 세시풍속은 신윤복이 그린 그림 <단오풍정(端午風情)> 한 장에 다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은 기녀들이 속살을 드러낸 채 목욕을 하는 장면이다. 기생의 모습에는 도시적인 세련미가 철철 흐른다. 이 가운데 바위틈새에서 어린 승려 두명이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다. 한명은 기녀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있고, 다른 한명은 그네를 타는 여인과 머리를 손질하는 여인들을 보고 있다. 요즘 같으면 몰카 촬영 죄로 감방에 갈 일이다. 목욕하는 여인들 위에 비단옷을 입고 그네를 타는 기녀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그네는 춘향전에도 등장해 이몽룡의 혼을 쏙 빼놓는다.

▲ 신윤복의 ‘단오풍정’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니 구름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그네’(김말봉 시, 금수현 작곡)

단오에는 창포로 머리를 감기도 했다. 여인들은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뜻에서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었다. 창포는 벌레의 접근을 막아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 아래쪽에는 계집종인 듯한 여인이 유방을 드러낸 채 옷보따리를 이고 오고 있다. 태양이 내리 쬐고 계곡의 옥수가 철철 흘러내리는 깊은 산중에서 옷을 훌훌 벗고 목욕을 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유분방 그 자체다.

단오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부채를 내렸다. 울산대곡박물관은 오는 7~8일 세시풍속 체험행사 ‘단오풍정(端午風情)’을 개최한다. ‘단오부채(端午扇) 만들기’와 창포, 쑥 등을 이용한 ‘향주머니(香囊) 만들기’도 진행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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