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을 결정한 주주총회는 끝났으나 노사갈등은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회사측이 먼저 빠른 수습에 나섰다. 3일 현대중공업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는 담화문을 발표,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한다”며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의 고용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인분할이 기업결합을 위한 첫단추에 불과한만큼 앞으로 국내외 심사 통과에 노사화합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회사법인분할 무효를 주장하며 3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법인분할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기업의 업무 중 중복되는 부분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다. 이에대해 이날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가 그동안 계속적으로 밝혀온 단협 승계와 고용안정을 다시한번 명백하게 약속함으로써 노사화합의 물꼬를 텄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화합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는 회사측의 요청에 대해 노조가 답할 차례다.

담화문은 지역사회의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울산시민들의 상실감을 덮기엔 역부족이다.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는 “분할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면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말로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본사이전은 고용창출과는 사뭇 다른 문제이다. 한국조선해양의 말대로 효율성이 높아지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현대중공업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의 상실감은 ‘세계 조선업의 메카’라는 명실상부한 울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데서 기인한 것이다. 기업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을 두는 것이 낫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제 울산시민들은 한국조선해양의 울산에 대한 태도(attitude)를 지켜볼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노사화합임은 분명하다. 위기국면에 처해 있는 울산 조선업의 경기회복과 국가적 조선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원만하게 이뤄져야 한다. 노조는 일단 회사측의 단협승계와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을 믿고 화합을 통한 상생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노사화합을 통해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다음 ‘잃어버린 조선강국’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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